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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한 뼘 자란만큼
전숙수수께끼입니다내가 한 뼘 자라면 그만큼 작아집니다하늘처럼 높아보였던 나무가어느 날 문득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입니다바람처럼 높고 낮은 세월을 건너느라굽이굽이 휘어지고 굽은 등허리에는 셀 수 없는 아픈 옹이들이 숨어있습니다기쁨으로 올려다본 나무가어느
전숙 시민기자   2012-01-19
[기획/연재] 김근태
전숙 가녀린 떡잎이 태풍과 맞서고 있을 때건장한 나무들은 모른 척 했다갈기갈기 찢긴 누더기 같은 정신줄을 한 올 한 올 이어서태풍의 만행을 또.박.또.박. 증언할 때세상의 정의를 다 잡아먹었다고 착각한 태풍은 하느님께 죄를 자복하였다제 잣대대로 용서를
전숙 시민기자   2012-01-13
[기획/연재] 온 누리의 희망인 나주여, 하늘 벅차게 날아오르자!
전숙 얼씨구, 마음 정갈히 쓸어두고 기다리네 절씨구, 청사초롱에 불 밝힌 용트림이 시작되네하루에 만 냥을 쓰는 백호의 기개로백척간두의 나라를 지켜낸 나대용의 지혜로이제 갓 태어나는 어린 해를 기다리네강보의 저 햇덩이가, 앉고 기고 걸음마를 하는 동안내
전숙 시민기자   2011-12-30
[기획/연재] 저 잰날갯짓들
전숙나는 버스정류장의 터줏대감 프라타너스다새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헌옷을 털어내는 중인데폭설이 내린다의치를 끼우기 전 가짜이빨처럼 잇몸 들뜬 눈옷이 입혀진다출근시간이 되자 정류장은 바빠진다폭설 때문에 늦은, 십 분에 동동거리는 잰 날갯짓들에 눈물이 난다
전숙 시민기자   2011-12-23
[기획/연재] 참외를 씻다
전숙한쪽 팔이 없는 우리 엄마자리에 눕고서야 알았다참외덩굴이 엄마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는 걸뒤틀린 몸을 만지면 소스라치는 덩굴들잘려나간 지체 때문에 몸은 스스로 헛손을 만들었다발 딛는 곳마다 진흙수렁이었던 엄마의 길을 메우느라 아스라한 허방을 들어올
전숙 시민기자   2011-12-16
[기획/연재] 보따리를 부탁해
전숙고목 한 그루 타워아파트 경비실에 들어섭니다가쁜 숨을 한동안 몰아쉬더니우리 아덜 집 좀 찾아주소진땀에 젖은 쪽지가 어룽어룽해서경비는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전화를 겁니다댁네 고목이 한 보따리 들고 오셨소경비실에 맡겨두라고 하세요갑자기 내린 무서리에푸
전숙 시민기자   2011-12-09
[기획/연재] 돈노망
전숙우리 엄니가 오늘은 요것이 필요하고오늘은 저것이 먹고잡다고 험시롱 날마다 전화를 해싸서처음에는 효녀딸내미노릇 한답시고엄니 참말로 전화 잘 했소돈부쳐드릴텡께 하고자픈 것 먹고자픈 것 엄니 맘대로 허소 했제그란디 점점 돈 액수가 높아가서나중에는 감당을
전숙 시민기자   2011-12-02
[기획/연재] 폐지 보석
전숙 폐지 한 장이 빛나는 보석이라도 된다는 듯이나이든 산이 굽은 등허리를 더욱 굽혀쓰레기봉지에서 폐지를 집어내고 있다평생 무엇을 저토록 간절하게 파냈던 것일까주름진 길이 폭삭폭삭 주저앉아있다괭이 끝에 걸리는 쓸모없는 쓰레기를 능숙하게 피해폐지 한 장
전숙 시민기자   2011-11-25
[기획/연재] 항아리
전숙알맞게 따뜻하고 알맞게 축축한 그 여자는세상의 모든 명줄들이 잉태되는 태반이다뚜껑을 열면고추장 된장 묵은 간장 같은발효된 눈물이 숨을 고르고 있다쿡 찍어 그 여자의 속내를 음미하면주말연속극 50회분의 이야기가 입안 가득 퍼져나간다장독대는 항아리들의
전숙 시민기자   2011-11-18
[기획/연재] 재개발
전숙재개발을 기다리는 요양병원의 할미꽃들 복도에는 탄력을 잃어버린 집들이 쭉 늘어서있다헐렁거리는 고무줄이 편한 뱃살들은 아무래도 땅냄새가 이무러운지 아래로 아래로 처진다습관처럼 잡초만 보면 뽑아내는 옹이진 낙엽들의페인트가 바스러진 맨살들이 구멍 난 창
전숙 시민기자   2011-11-11
[기획/연재] 왕건호를 바라보며
전숙흔들리고 있다세월에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놓지 않는다그래 저렇듯 나주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시절 있었지흔들리는 민족의 구심점이었던 시대 있었지찰랑거리는 역사의 강을 거스르며 저 배를 여기까지 밀고 왔을 민초들넘어지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면서바닥의 구멍으로
전숙 시민기자   2011-11-04
[기획/연재] 유체이탈
전숙 옷 한 벌 옷걸이에 걸려있다바짓가랑이는 퇴행성척추질환에 걸렸는지 다리 한 쪽이 올라붙어있다가슴에는 반듯하게 살라고 다림질당한 흔적이 무광으로 빛난다두꺼운 천을 대고 간접화법으로 다렸어야 했다직설로 꾸짖다보니반항심이 기승을 부려서맨발로 아무길이나
전숙 시민기자   2011-10-28
[기획/연재] 상품으로 태어난다
전숙 우리 모두 상품이 되어간다키 몇 센티미터몸무게 몇 킬로그램, 팔등신?혈압 얼마 혈당 얼마, 직업, 학벌,아침에 무슨 음식 몇 그램 먹었는지무슨 마트에서 무엇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심지어 뼛속 깊이 들어앉아있는 공포의 무게까지 인생평점에 메겨진다죄가
전숙 시민기자   2011-10-21
[기획/연재] 일주문에 들다
전숙너와 나를 구분하기 위해 세워진 문은 아닐 것이다하면서도 나는 차별화된 무엇이 되고자 일주문에 든다단풍은 사바든 진리든 안팎 구분 없이 고운 얼굴 미운 얼굴 아무에게나 철없는 아침놀처럼 히죽거린다순간, 극진한 한 말씀이 걸어오신다철나지 않는 것이
전숙 시민기자   2011-10-14
[기획/연재] 새도 숫자를 셀 줄 안다
전숙검은머리물떼새가 알을 품고 있다강변에 펑퍼짐하게 들어앉은 네 개의 알지난 폭풍우에 용케도 살아남았다실금이 가고 줄탁이 시작되었다첫알이 세상을 열자 어미는 냉큼 껍질을 집어삼켜 흔적을 지우고둥지로부터 멀찌감치 날아가 새끼를 부른다평생의 기둥이 될 어
전숙 시민기자   2011-09-30
[기획/연재] 홍련紅蓮아!
전숙진흙수렁에 태어난 게 원죄인 뿌리가 있다붉은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한여름 델리녹아내리는 아스콘 펄에서 맨발이 타들어간다 세상의 모든 걸음을 위해 포장된 길이신발도 허락되지 않은 가난에게는 불타는 수렁이다수렁에서 건져 올린 눈물이 꽃을 피우기까지먹이를
전숙 시민기자   2011-09-23
[기획/연재] 하늘말나리
전숙치매요양원 햇볕 잘 드는 방이 하늘말나리 입담에 오늘도 수런거린다시끄럽다는 비질에 풀썩 튀어 올랐다가자리만 바꾸어 앉는 먼지군단처럼어떤 따가운 햇살에도 그녀의 고백성사는 멈추지 않는다비지땀에 전 속곳까지 발딱 뒤집어서 과거지사를 시시콜콜 풀어내는
전숙 시민기자   2011-09-09
[기획/연재] 샘이 깊은 물
전숙오늘 날씨 어쩌겄능가아침뉴스에 오늘 비온다드만하이고, 관상대도 거짓말 잘하드만 믿을 수가 있어야제와따, 무슨 말을 그리하는감우리도 아침에 묵은 맘이 저녁이면 달라지는디아무리 관상을 잘 보는 관상대라고오락가락하는 바람을 어찌 붙들고뜬구름의 마음을 어
전숙 시민기자   2011-09-02
[기획/연재] 팔월
전숙팔월은 젖을 불리는 시절세상의 허기를 위해 팔월은 젖가슴을 키운다만삭의 몸으로 차오르는 숨을 헐떡거려도 영혼을 숙성시키고 덜 자란 발가락을 위해 살을 태우는 불덩어리를 거침없이 들이마신다온몸이 타들어가야 젖샘에 찰랑찰랑 젖이 고인다모든 덩굴손이 꿈
전숙 시민기자   2011-08-26
[기획/연재] 김철*선생
전숙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복현’을 버리고쇠는 불에 달구고 두들길수록 더욱 단단해진다며스스로 ‘철’이 된 당신태풍처럼 혹독하게 몰아치는 고문도당신에게는 연단의 망치질일 뿐이었습니다한없이 자애롭다가도민족의 위급함에 당해서는 스스로 심장을 지지는 담금질
전숙 시민기자   201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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