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우리 엄니가 오늘은 요것이 필요하고
오늘은 저것이 먹고잡다고 험시롱 날마다 전화를 해싸서
처음에는 효녀딸내미노릇 한답시고
엄니 참말로 전화 잘 했소
돈부쳐드릴텡께 하고자픈 것 먹고자픈 것 엄니 맘대로 허소 했제
그란디 점점 돈 액수가 높아가서
나중에는 감당을 못 허겄드랑께
알고봉께 우리 엄니가 팔도에 사는 자석들헌테
모다 전화를 해서 돈을 갈퀴처럼 긁었다는디
그리도 순박하던 우리 엄니가 뭔일났능가 허고
자석들 모두 고향으로 내려갔겄다
돈만 보면 게눈 감추듯 모다 잡숴버린다고
동네사람들이 우리 엄니 숭을 잔뜩 보는디,
방에 들어가보니
이불 호창 속에도 장판 밑에도 뒤주에도 은행을 차렸드만
엄니 이것이 뭔 짓이다요

오매, 고것이
저승갈 때 쓸 내 노잣돈잉께 암도 손대지마라 잉
나도 저승사자헌테 뒷돈 좀 쓰고 마즈막에 호강 좀 해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