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우리 모두 상품이 되어간다
키 몇 센티미터
몸무게 몇 킬로그램, 팔등신?
혈압 얼마 혈당 얼마, 직업, 학벌,
아침에 무슨 음식 몇 그램 먹었는지
무슨 마트에서 무엇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
심지어 뼛속 깊이 들어앉아있는
공포의 무게까지 인생평점에 메겨진다
죄가 많은 나는 발가벗겨지는 게 무섭다

‘두루 뭉실’, ‘적당히’, ‘어물쩍’이
죽은 언어가 되어버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발가벗겨져도
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저를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상품으로 태어나고 있다

발가벗겨지는 세상을
유전자 조작하듯이 거짓말로 조종하고 있는 꽃동네도 있다
아무도 모르게 오리발 내밀기
알아도 기억나지 않는 나라
모르쇠로 일관하면
천국으로 흘러가는 강을 건널 수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바코드에도 찍히지 않는 자본의 바위가 있다
전신검색기도 익사시키는 권력의 바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