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얼씨구, 마음 정갈히 쓸어두고 기다리네
절씨구, 청사초롱에 불 밝힌 용트림이 시작되네
하루에 만 냥을 쓰는 백호의 기개로
백척간두의 나라를 지켜낸 나대용의 지혜로
이제 갓 태어나는 어린 해를 기다리네
강보의 저 햇덩이가,
앉고 기고 걸음마를 하는 동안
내딛는 걸음마다 날개 단 듯 내달릴 수 있도록
내가 흘린 눈물이 너의 웃음이 되도록
큰 강이 작은 강을 품어주고
높은 산이 낮은 산을 업어주네
보도블록 틈새의 민들레 한 포기까지
민중의 눈물로 짜여진 나주의 역사네
금성관을 지켜낸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나주의 정신을 이끌어온 향교 대성전이
천년동안 지지 않는 다보사 꽃살문이
나주의 생인손 순교지 무학당이
이름 없는 들풀도 마음 놓고 등을 기대는
우리의 어머니네
어둑새벽, 가부좌 틀고 명상에 잠긴 장독대의 가슴에서
세상의 허기를 구할 사랑이
부글부글 발효되고 있는 것처럼
석관정 아린 속내를 속속들이 쓰다듬으며
목마른 나루마다 들러 가는 영산강의 심장에서
온 누리의 희망이 발효되고 있네
굽이치는 역사로 수놓인 비단을 휘감고
금빛비늘을 반짝이며 하늘 벅차게 날아오른
나주가 온 누리의 새벽을 여네
우리 모두의 희망버스가 덩실덩실 떠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