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복현’을 버리고
쇠는 불에 달구고 두들길수록 더욱 단단해진다며
스스로 ‘철’이 된 당신
태풍처럼 혹독하게 몰아치는 고문도
당신에게는 연단의 망치질일 뿐이었습니다
한없이 자애롭다가도
민족의 위급함에 당해서는 스스로 심장을 지지는 담금질로
누구보다 단단한 강철이었던 당신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청춘의 열망도, 사랑하는 가족도
가난한 골방에 쓸쓸하게 밀쳐두고
나라를 되찾고, 민주의 반석에 세우기 위해
어떤 사나운 불길에도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용오름으로 솟구쳐서 바위처럼 당당히 맞섰던 의기

아버지 김창곤은 한말의병으로
당신은 전남의 3.1운동을 주도한 독립투사로
아들 재호는 임시정부요원으로
나주의 빛나는 애국투사 삼대여라

동구밖 정자나무 말없이 서있으나
그 그늘에 쉬어간 나그네 몇이리요
나무가 한 생을 천둥벼락, 폭풍우에 부대끼며
그늘을 넓힌 수고를 누가 알아보리
다만 도끼도 받지 않는 옹이의 단단함에
나무의 결의를 짐작할 뿐이라
오늘의 시원한 그늘이 누구의 피와 땀과 눈물의 열매인가
하늘을 보며 울분을 삼키고 별을 보며 분루를 흘렸을,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떨쳐 일어나
기어이 나라를 구해낸 의로운 정자나무들의 큰 그늘에 들어
시절이 덥다며 팔랑팔랑 부채질하는 철부지 후손이 되어
감히 우러를 수 없는 용기를 몇 줄의 시로써 어찌 감당하오리.

김철: 본명은 김복현, 광주전남의 3.1운동을 주도한 나주출신 독립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