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나는 버스정류장의 터줏대감 프라타너스다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헌옷을 털어내는 중인데
폭설이 내린다
의치를 끼우기 전 가짜이빨처럼
잇몸 들뜬 눈옷이 입혀진다

출근시간이 되자 정류장은 바빠진다
폭설 때문에 늦은, 십 분에 동동거리는
잰 날갯짓들에 눈물이 난다
나이테가 늘면서 굴러가는 돌멩이 같던
웃음들이 눈물로 화석화되더니
중국산 자크처럼 채신머리없이 아무데서나 흘러내린다

완전군장을 하고 전투에 나선 전사들처럼
날개들은 일용할 양식에 맞서기 위해 골똘하다

빚쟁이처럼 버스요금함을 꽉 틀어쥔 지팡이가
동전을 넣자
오십 원이 부족하다고 기사님은 타박을 하고
살피 검은 외국인은 주눅 든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발이 시려울까 손이 시려울까
언 날개들은 움츠러드는데
매연 한 바구니 방귀처럼 뿡뿡거리고
저 멀리 사라지는 시내버스 바퀴들
젖은 날개를 퍼덕거리는 참새들이여
오늘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