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서진저리치게 미워서때리고 싶어도죽이고 싶어도차마어쩌지 못한다선한 영혼들이 차마 넘지 못할 선이 있다얇은 종이에 베이듯차마 어쩌지 못하는 여린 가슴에 제 살을 베이는 상처들그 상처들이 아름답다‘차마’라는 말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말주저함은 참는 것

전숙   2014-04-11

소장님, 나 아파죽겄어이제, 얼마 못 살고 죽을랑게비여진료소에 들어서며 팔순백발이 어린양을 앓으신다흘러가버린 강물은 ‘찰나’라는 건조기에서 먼지처럼 가벼워진다 ‘이제 얼마’에 흰머리들의 시간이 용수철처럼 헝클어진다한때 대한민국의 스크린을 휩쓸었던 팔순

전숙   2014-04-04

그 동안 나는 연속극이 통속적이고 무가치하다고 폄훼하는 사람들 편에서 한 사람의 고정 패널처럼 종알거리곤 했다. 어떤 때는 연속극을 향해 저속하고 악취 나는 쓰레기 더미라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내가 연속극 최전방위 예찬자라니? 말도 안 돼!!

김종   2014-04-04

가수 이효리가 노란봉투에 47000원을 넣어 쌍용차해직자들의 손해배상금 47억원을 위해 보냈다는 방송을 듣고나도 보내야지 하다가 며칠 지내며 까맣게 까먹다가 1차 목표액에 도달했다는 추가방송을 듣고 부랴부랴 2차모금액을 보낸다최초로 노란봉투운동을 시작

전숙   2014-03-28

한해의 4/1이 지나갔다. 이제는 새해 타령 자체가 새삼스럽다. 지난해에 늘 빈손이었던 내가 빈손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니 짜 늘인 레시피도 볼만한 알록달록이었다. 갖가지 재료를 넣고 더 맛있는 요리를 작정하던 터라 어린 아이처럼 무던히도 설

김종   2014-03-28

‘모가지론’ 신청하러 왔는데요.은행원의 얼굴에 햇살론 같은 햇살이 ‘쨍’하고 부신다은행이 봄날처럼 환해진다네, 고객님 ‘모기지론’ 말씀이십니까?나는 괜스레 우쭐해져서예. ‘모가지론’이요.고객님, ‘모기지론’이랍니다.허공에 물음표가 잔뜩 깔리자은행원은

전숙   2014-03-21

백두대간에 마주 선 두 개의 가슴, 설악산과 금강산이다. 다소 억지스럽다 할지 모르겠다. 가슴이란 원래 완만하고 포근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가슴은 형상적으로 여느 가슴과 다르기는 하지만.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한반도의 가슴이 이쯤 되니 세상의 이목이

김종   2014-03-21

보건진료소는 나이든 꽃밭이다사금 든 꽃, 고실라진 꽃, 검버섯 잔뜩 피운 꽃등허리 기역자로 휘어진 꽃, 관절염으로 절뚝거리는 꽃잔주름 오글거리는 꽃, 귀머거리 꽃, 눈먼 꽃, 치매 꽃북풍한설 내내 옥장판 한 장과 체온을 나누는 꽃들이 출근을 한다소싯적

전숙   2014-03-14

요즘 들어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도 문화가 보인다. 생활주변에 문화 공간도 많아지고 찾아오는 수강생들 또한 활기가 커졌다. ‘주부대학’, ‘늘 푸른 교실’, ‘청소년 문화 강좌’, 등등 이름만으로도 풍성하다는 느낌에다 강좌의 성격 까지 알게 한다. 좋은

김종   2014-03-14

한우의 마음은 진달래꽃이다분홍빛과 다디단 향기와 단아한 자태로봄이면 우리를 물들이는참꽃에는 굶지 말라는 어미의 기도가 숨어있다그런 어미의 마음으로 한 생生을 몸농사지은 한우는버릴 곳이 하나도 없다내 살을 먹어라내 피를 마셔라성체를 받아먹듯 한우를 먹는

전숙   2014-02-28

배꼽이 떠오른다. 거대한, 그러나 집요한 배꼽! 배꼽은 이내 떠오르더니 느린 여러 개의 골짜기를 타고 올라가 하늘 높은 곳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구름 고깔을 쓴 황홀한 신부처럼 앉아 있다. 뭐랄까, 무슨 신령한 기운들이 사람 세상의 일을 이루자고 한

김종   2014-02-28

열 수쯤 양보해도 편파심판이었다금이 은의 자리에 서있었다환히 웃으면서...가슴에 밀물져오는 상처의 시간들이십대에 육십대의 허리뼈로 서있는 저 풀꽃상처들이 눈물꽃처럼 피어있는 그 견고한 의지에박수 같은 하얀 곰인형이 안긴다모든 것이 마땅히제 자리에 있을

전숙   2014-02-21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를 쓴 ‘셸 실버스타인’이 이런 동화를 썼다.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는데 그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자신의 조각을 찾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났다. 떨어져 나간 조각 때문에 빨리 구를 수 없었던 동

김종   2014-02-21

외로운 날개들이 바람을 막고 길을 만드네저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인가하늘은 다 같은 하늘인 줄 알았네뼈에 각인된 고향의 살냄새 나는 저 다물지 못하는 상처를 찾아 어느 낯선 하늘을 더듬으리나이든 호롱불처럼지친 날개 힘없이 깜박이면나는 또 어느 객지 보꾹

전숙   2014-02-14

“....신라 지증왕 13년(512년)에 아슬라주(지금의 강릉) 군주로 있던 이찬 이사부로 하여금 우산국을 정복케 하였다. 이사부 등 신라의 군사들은 우산국 사람들의 위세를 목우사자(木偶獅子)를 이용하여 꺾음으로써 결국 우산국 사람들로부터 항복을 받아

김종   2014-02-14

천칭에 쪼개진 달을 올려놓았다날개의 무게와 노을의 빛깔과 바람의 냄새를 근으로 떠서밤새 끙끙대며 퍼즐을 맞추듯 똑같은 비율로 사랑을 나누었는데도 천칭은 균형을 잡지 못한다 엇박자는 처진 쪽 숨표를 덜어내고 앞꾸밈음을 부러진 잎새에 그려 넣는다 방앗간에

전숙   2014-02-07

2월의 들녘은 비어있다. 이따금 바람 지나는 소리가 들리지만 여전히 들녘은 고요 속에 빠져있다. 남쪽이라 그런가? 응달받이 쪽으로 드물게 잔설이 보이지만 텅 빈 들녘은 더더욱 아득하게 보인다. 정말 비어있는 고요가 가슴 저미도록 깊다. 이럴 때 고요가

김종   2014-02-07

차마고도의 나뭇가지마다 눈꽃송이 서럽다말의 거친 호흡이 아랫가지에 얼어붙고마방의 입김이 윗가지에 몸을 부려말과 사람의 눈물꽃이 피어나고 있다종이 된 눈물끼리 부딪히며 천상의 음악을 연주한다손바닥에 운명을 쥐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두루마리처럼 펼쳐진 이

전숙   2014-01-24

한라산은 우리 시대의 꼬리 긴 전설이다. 한라산漢拏山이란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다'라는 뜻에서 형성된 지명이라 한다. 문헌비고에 보면 한라산은 둥근 산 圓山이며 조선의 영산 靈山 열 둘 가운데 세 번째의 산이다. 옛 읍지의 기록에도 그 중심부가 불

김종   2014-01-24

극장문을 밀치고 쏟아져 나오는 침묵들가슴속에는 정의의 불씨 한 톨씩 품고 있다정의는 무엇이더냐어느 한적한 꽃도 어느 찢어진 바람도 어느 뜬구름도억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일진대눈부신 햇살에 작은 불씨는 형체도 없이 스러지고제 영혼도 변호하지 못하는 짧은

전숙   201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