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등꽃향기는 누굴 유혹하고 싶었을까감자바위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귀 기울이면, 풍금소리처럼 들리는사춘기계집아이의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폭포의 무지개처럼 하늘에 걸리는 웃음소리세월의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시간의 머리 위로 모래바람이 휘몰아친다교문을 나

전숙   2014-06-27

살아가자면 어불성설(語不成說)과 만날 때가 많다. 그야말로 말이 안 되는 억지투성이와 겸상 받고 식사하는 경우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세상사 긍정 ? 부정을 합쳐 어불성설이 한두 가지인가. 당초부터 어불성설이란 없었듯 결론 또한 어불성설은 존재하지

김종   2014-06-27

나는 흙입니다나는 빈 가슴으로 당신을 기다렸습니다아, 꿈처럼긴 겨울을 녹이는 봄날의 훈풍처럼 당신은 사랑으로 나에게 왔습니다우리가 햇살처럼 신혼의 싹을 틔우고행복한 떡잎으로 가정이라는 걸음마를 내딛고무성한 잎을 내어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기까지 우리

전숙   2014-06-20

알 수 없으나 궁금한 것, 설(說)만 분분할 뿐 도대체가 도깨비 꼬리처럼 아리송한 것, 그럴듯한 상상에 몇 개의 사건적 제시까지 각색한 가상체,우리는 이것을 UFO(미확인 비행물체)라 한다. 미스터리 파일을 보면 UFO에 대한 이야기는 한층 풍성하다.

김종   2014-06-20

관음의 미소는 멀었다‘금방’이라는 바람의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춤추듯 내려오는 십육분음표 실바람들에게 선재동자처럼 길을 물으면“다 왔어요. 조금만 가면 돼요.”마침표의 문장들에 내 다리품도 곧 마칠 것만 같아서사위어가는 갈맷빛에게도 끄덕이고 붉게 철

전숙   2014-06-08

내륙의 바다 충주호, 나는 거푸 세 차례를 다녀왔다. 더 정확히는 산과 물이 빚어놓은 이 나라의 마지막 청정지역의 풍광에 끌려 생각나면 훌쩍 다녀온 길이 바로 제천 땅 충주호行이었다. 나는 충주호의 여러 풍광들을 만나면서 우리도 이쯤에 하늘이 숨겨둔

김종   2014-06-08

심장의 눈이 있다세 번쯤 당신과의 만남 뒤에 심장은 눈을 뜬다심장의 눈이 보는 것은 세포벽 안쪽마음의 깊이다옷맵시와 말솜씨와 은근한 웃음으로당신의 얇은 마음을 견고하게 가려도당신의 벌거벗은 얼굴이 보인다아름답게 꾸미고향기롭게 날아도속일 수 없어라 심장

전숙   2014-06-01

델리의 라즈가트에 있는 간디의 묘비석에는 나라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사회악이 새겨져 있다.‘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다.새삼 부연하지 않아도

김종   2014-06-01

5월은 햇살에도 가시가 돋친다. 그토록 부드럽던 햇살이 어느새 신경을 따끔거리게 한다. 감미롭던 햇살에도 통증이 오르는 5월, 허나 지금까지 5월에 대한 수사적 표현은 계절의 여왕이었다. 눈부신 태양에 갖가지 기화요초가 지상을 채우고 또 채운다. 하늘

김종   2014-05-25

로열 젤리를 먹으면 날개가 돋아난다달빛처럼 고요한 반투명의 액체에 셀 수 없는 날개가 숨어있다나는 로열 젤리 한 통을 깡그리 먹고날개 돋기를 기다린다이왕이면알타이산맥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날개가 3미터나 된다는 검은독수리의 날개를 기다린다폐경이 된 후

전숙   2014-05-25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무덤이 운다, 태중의 아기가 운다, 만삭의 배를 붙들고 어미가 운다국립 5.18 민주묘지 1-60에는 아직도 차마 눈을 감지 못하는 어미가 있다한 번도 희망과 눈맞추어보지 못한 태아가 있

전숙   2014-05-18

새천년이 시작되던 2001년 5월, 나는 열 번째의 중국행에서 계림(桂林)을 찾았다. 이름부터가 ‘계수나무 숲’이라 호기심이 컸다. 일행들과 버스를 타고 제법 똘람거리며 계림에 들어서고 있었다. 멀리서부터 모습을 보이던 계림은 한마디로 불쑥불쑥 솟아난

김종   2014-05-18

한 생애의 농사가 먹고 배설하는 일이다먹는 일은 세상의 숨구멍이 되고배설하는 일은 세상의 거름이 된다모든 생명은 꽃이다아름답지 않은 꽃 있으랴찔려 피 안 나는 꽃 있으랴피어날 때 아프지 않은 꽃 있으랴꽃 진 뒤에 씨앗 없는 꽃 있으랴징그럽다고 손가락질

전숙   2014-05-09

일전 고향엘 갔다. 막연한 그리움이 내 방황을 불러들인 것. 고향의 5, 6월은 정신없이 우거지고 있었다. 저 거칠 것이 없는 계절 곁을 지나자니 나 또한 숨이 가빠온다. 계절은 절정을 잘도 오르는데 나는 멋쩍은 국외자가 되어 고향 주변이나 어정거리고

김종   2014-05-09

모든 상처에는 꽃이 핀다유년의 상처에 사위지 않는 꽃이 피어있다무르팍을 으깬 돌멩이가 꽃잎으로 박혀있다허기진 아이가 누런 코를 들이마시던,허물어져가는 초가집 흙담도돌아보면 추억으로 피어있다고래가 죽을 때 핀다는 ‘붉은 장미’에는 가시가 없다상처는 가시

전숙   2014-05-02

새를 보면 겨드랑이가 간지럽다. 내 몸의 여기저기에 날개가 돋아난다. 하늘 푸른 구만리 공간을 날개로 건넌다. 그래 새들 만큼은 아니어도 하늘 길을 열어 인간이 날아다닌 날개의 세월도 어지간히 되어간다. 인간의 날개를 대신하는 것은 비행기다. 그 비행

김종   2014-05-02

또 꽃들이 떨어졌네쿨쿨 잠든 밤새 내 예쁜 꽃들이 떨어졌네아리땁게 피어나려고 방금 꽃망울 봉긋 맺혔는데피어나기도 전에 그 애잔한 꽃눈을 누가 따버렸나쿨쿨 잠들어 꽃밭을 못 지킨 내 탓이네나에게 할당된 나사를 잘못 조인 내 탓이네불의를 불의라 부르지 못

전숙   2014-04-25

금성산 등산로를 걷노라면 날아온 송홧가루로 어깨고 머리고 없이 온통 샛노랗다. 털어내려고 두들기면 더더욱 살갑게 달라붙는다. 송화 받쳐 든 소나무를 올려다본다. 연초록 새순은 파르라니 깎은 스님의 머리처럼 새로 돋아난 머리카락 모양새다. 앙증맞다. 생

김종   2014-04-25

죽어야 산다는 말 알겠다야차 같은 꽃샘바람의 시샘을 물리치고어찌해보지 못하게 꼭지를 키우던 가슴들밥때면 엄마가 소리쳐 부르듯 젖 빨던 힘으로 피어나서밥 먹어라온 동네 꿀벌들 불러들이더니어찌해보지 못하게그 예쁜 꽃잎 한 장도 남김없이 스러진다죽은 새끼를

전숙   2014-04-18

「홍길동전」에는 팔도에서 홍길동을 한 명씩 잡아 들여 여덟 명의 홍길동을 놓고 진짜를 가려내는 친국(親鞫)이 시작된다. 이 무렵 세상 백성들의 관심사란 여덟 길동의 출몰에 있었으매 몰려든 구경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나 진짜 길동이 가려지지 않

김종   201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