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진료소는 나이든 꽃밭이다
사금 든 꽃, 고실라진 꽃, 검버섯 잔뜩 피운 꽃
등허리 기역자로 휘어진 꽃, 관절염으로 절뚝거리는 꽃
잔주름 오글거리는 꽃, 귀머거리 꽃, 눈먼 꽃, 치매 꽃
북풍한설 내내 옥장판 한 장과 체온을 나누는 꽃들이 출근을 한다
소싯적 시집살이 같이 매서운 웃풍을 견디느라
사막처럼 오그라든 팔다리 목욕탕에서 자근자근 달래고
이끼 낀 쑥돌 같은 등줄기를 맨살붙이끼리 밀어주며
속살은 여전히 곱구만 잉 새살거리다가
머나먼 시간 끝 이슬에 젖은 숫처녀 꽃처럼 함초롬해진다 
나이든 꽃들의 웃음은 모서리가 닳았거나 끝자락이 젖어있다

뭉그러져가는 꽃잎에 약을 먹이고 주사를 맞고
안마의자의 안마를 받아야 하루를 건너는 할매 꽃들
오메, 안마의자가 영감보다 낫고 자식보다 낫구만 잉
아침햇살 같은 동년배의 우정으로
달달한 차 한 잔씩 오순도순 나누다가
피붙이 안부 전화 받는 꽃의 처진 어깨가 활짝 펴지면
휴대폰 없는 꽃들 서둘러 자식 같은 텃밭으로 향한다

잊히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젖지 않기 위해
되새김질 해보는 기억의 호미질에서는 쓰디쓴 목초액만 올라온다
어느새 숯처럼 새카맣게 타버린 시간들
길은 점점 희미해지고 망각의 헛발질에 휘청거려도 
한껏 무성한 풋것과 맞닥뜨려 지는 법 없다
지는 풋것들 노욕이라 꼬집지만
그 노욕이 저녁놀을 저리 뜨겁게 사르는 숯덩이다
오늘도 나이든 꽃밭엔 젖은 웃음소리 향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