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무덤이 운다, 태중의 아기가 운다,
만삭의 배를 붙들고 어미가 운다
국립 5.18 민주묘지 1-60에는
아직도 차마 눈을 감지 못하는 어미가 있다
한 번도 희망과 눈맞추어보지 못한 태아가 있다
1980년 5월 21일 오후 1시 30분
남편을 기다리던 꽃다운 스물셋
만삭의 최미애님 머리에 M16총알이 날아들었다
‘아가, 다시는 말 못할까봐...사랑한다’ 마지막 전언처럼
뇌수가 쏟아져 내려도 어미는 탯줄을 20분이나 놓지 못하고
복중의 아이는 ‘엄마, 살려주세요’ 발버둥쳤다
세월호가 운다 우리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운다
날개 꺾인 새처럼 운다
못다 핀 꽃잎처럼 운다
탯줄이 끊긴 세월호 복중에서 아이들이 발버둥치고 있다
‘엄마, 다시는 피어나지 못할까봐...사랑해...’
그렇게 또 수백 송이 꽃망울의 희망이 수장되었다

공수부대의 발포가 시작되었을 때
도청에서는 애국가가 확성기로 피토하듯 울었지요
국민을 조준하라는 신호로 애국가를 앞세운 군인이 있었지요
그 아픈 날, 애국가는 만삭의 배를 부여안고 가슴으로 울었지요
태중의 아이처럼 보호해야할 국민을
총으로, 대검으로, 곤봉으로 낙태시킨 군인이 있었지요
가슴에 품었던 희망이 태아인 채로 스러지던 날
복중의 아기 때문에 죽어도 죽지 못하는 어미처럼
울부짖는 풀꽃들의 애잔한 손을 목숨으로 붙잡아준 님이여
그날의 의로운 불씨로 민주의 화로는 영원토록 활할 타오르리니

죽음과 절망에서 걸어 나와 희망을 꽃피운 님이여,
어둡고 깊은 골짜기까지 향기롭게 피어나는 님이여,
얼마나 많은 풀꽃이 생목숨으로 더 떨어져야
잘못이 잘못을 깨치는 새날이 올까요

멍든 가슴들을 위해 다시 십자가로 오신 님이여,
님들의 뜨거운 피가 태반이 되고 탯줄이 되어
기어이 태어나고야 말,
풀꽃들이 마음껏 피어나는 민주와 자유와 평화의 그 꽃밭
태교하는 어미의 마음으로 기도하오니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