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꽃들이 떨어졌네
쿨쿨 잠든 밤새 내 예쁜 꽃들이 떨어졌네
아리땁게 피어나려고 방금 꽃망울 봉긋 맺혔는데
피어나기도 전에 그 애잔한 꽃눈을 누가 따버렸나

쿨쿨 잠들어 꽃밭을 못 지킨 내 탓이네
나에게 할당된 나사를 잘못 조인 내 탓이네
불의를 불의라 부르지 못한 내 탓이네
용기를 용기라 부르지 못한 내 탓이네
대충대충, 수박 겉핥기로,
내 몸 편하면 눈 감고, 내 가슴 멍 안 들면 귀 막고
내 식구 무사하면 입 닫은 내 탓이네
불법대출 불법개조 불법거래 불법선거 조세포탈도
관행이려니 어여삐 본 내 탓이네
높으신 어르신들 국회청문회 슬그머니 넘어가는
제 흑심대로 저지른 불법행위도
그 정도쯤이야 하고 대충 넘긴 내 탓이네
목숨 같은 밥줄을 걸고 용기를 낸 내부고발자들이
‘너 잘났다’는 비난의 화살에 상처투성이로 ‘왕따’ 당해도
강 건너 불 보듯 한 내 탓이네

배추 한 포기도 잘 키우려면
시절을 맞추고, 거름 주고, 못된 벌레 잡아주어야 하는데
무슨 일에 정성을 바친 적이 있나
내 앞에 놓인 척박한 길, 향기로운 꽃길로 만들어본 적 있나

또 꽃들이 떨어졌네
바람은 방향도 없이 우왕좌왕이네
방향이 없는 바람도 바람인가
저 미친 바람에 또 생때같은 꽃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눈 크게 뜨고 나부터 살펴야겠네
암흑 속에 피어나는 곰팡이들, 포자도 내려앉지 못하게
영혼의 보석인 양심에 햇살 환하게 비추어야겠네
세상을 다 속여도 내 양심은 속일 수 없어라
내 내부고발자인 양심의 꽃씨를 누리누리 뿌려야겠네
양심의 꽃이 활짝 피도록
내 영혼의 꽃밭을 구석구석 호미질 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