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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암 가는 길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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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승인 2014.06.08  10: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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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의 미소는 멀었다
‘금방’이라는 바람의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춤추듯 내려오는 십육분음표 실바람들에게
선재동자처럼 길을 물으면
“다 왔어요. 조금만 가면 돼요.”
마침표의 문장들에 내 다리품도 곧 마칠 것만 같아서
사위어가는 갈맷빛에게도 끄덕이고
붉게 철들어가는 열매에게도 속아주며
보리암 가는 길
해수관음은 마중도 나오지 않는데 가을비가 온다
석녀에게 자식을 점지해주고
장군바위를 출세시켰다는 관음의 신통력
끓어 넘치는 구름의 열정을 숫처녀처럼 막아내는데
생의 바위에 억눌려있던 설움이
압력솥 꼭지처럼 핑글핑글 돌아간다

생의 방향을 찾고자 보리암 가는 길
해수관음 앞에 서면
세상의 길인 나침반도 방향을 잃는다는데
중생의 아픔을 더듬어보는 심미안으로
관음은 나의 설움을 받아주실까
참나무의 보시를 갈무리해둔
다람쥐 곳간 같은 산모롱이를 휘어 도니
관음이 운무에 안겨 있다

원효가 본 관음을 본다
천년의 세월이 골목 안과 골목 밖의 대빗자루 같다
관음이 골목 안 운무를 대빗자루로 쓸어낸다
세상의 번뇌를 다 받아먹은 바다가
관음의 미소로 출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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