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산다는 말 알겠다

야차 같은 꽃샘바람의 시샘을 물리치고
어찌해보지 못하게
꼭지를 키우던 가슴들
밥때면 엄마가 소리쳐 부르듯
젖 빨던 힘으로 피어나서
밥 먹어라
온 동네 꿀벌들 불러들이더니
어찌해보지 못하게
그 예쁜 꽃잎
한 장도 남김없이 스러진다
죽은 새끼를 안고 다니는 어미원숭이처럼
발등에 쌓이는 꽃잎을 아프게 바라보는 나무

향기도 주검이 되는구나

꽃무덤 위로 봄비 내린다
연둣빛 꼭지를 내미는 또 다른 가슴들
저 푸른빛 스러지면 노을 깊은 단풍들겠지

사월아,
이 나쁜 계절아
천국처럼 배부르다가
지옥처럼 아프다가
다시 천국처럼 푸르러서
너 때문에 웃다 울다 다시 웃는다

죽어야 산다는 말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