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4/1이 지나갔다. 이제는 새해 타령 자체가 새삼스럽다. 지난해에 늘 빈손이었던 내가 빈손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니 짜 늘인 레시피도 볼만한 알록달록이었다. 갖가지 재료를 넣고 더 맛있는 요리를 작정하던 터라 어린 아이처럼 무던히도 설

김종   2014-03-28

백두대간에 마주 선 두 개의 가슴, 설악산과 금강산이다. 다소 억지스럽다 할지 모르겠다. 가슴이란 원래 완만하고 포근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가슴은 형상적으로 여느 가슴과 다르기는 하지만. 그러나 생각해 보면 한반도의 가슴이 이쯤 되니 세상의 이목이

김종   2014-03-21

요즘 들어 보통 사람들의 생활에도 문화가 보인다. 생활주변에 문화 공간도 많아지고 찾아오는 수강생들 또한 활기가 커졌다. ‘주부대학’, ‘늘 푸른 교실’, ‘청소년 문화 강좌’, 등등 이름만으로도 풍성하다는 느낌에다 강좌의 성격 까지 알게 한다. 좋은

김종   2014-03-14

배꼽이 떠오른다. 거대한, 그러나 집요한 배꼽! 배꼽은 이내 떠오르더니 느린 여러 개의 골짜기를 타고 올라가 하늘 높은 곳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구름 고깔을 쓴 황홀한 신부처럼 앉아 있다. 뭐랄까, 무슨 신령한 기운들이 사람 세상의 일을 이루자고 한

김종   2014-02-28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를 쓴 ‘셸 실버스타인’이 이런 동화를 썼다. 「귀퉁이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 온전치 못한 동그라미가 있었는데 그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자신의 조각을 찾기 위해 먼 여행을 떠났다. 떨어져 나간 조각 때문에 빨리 구를 수 없었던 동

김종   2014-02-21

“....신라 지증왕 13년(512년)에 아슬라주(지금의 강릉) 군주로 있던 이찬 이사부로 하여금 우산국을 정복케 하였다. 이사부 등 신라의 군사들은 우산국 사람들의 위세를 목우사자(木偶獅子)를 이용하여 꺾음으로써 결국 우산국 사람들로부터 항복을 받아

김종   2014-02-14

2월의 들녘은 비어있다. 이따금 바람 지나는 소리가 들리지만 여전히 들녘은 고요 속에 빠져있다. 남쪽이라 그런가? 응달받이 쪽으로 드물게 잔설이 보이지만 텅 빈 들녘은 더더욱 아득하게 보인다. 정말 비어있는 고요가 가슴 저미도록 깊다. 이럴 때 고요가

김종   2014-02-07

한라산은 우리 시대의 꼬리 긴 전설이다. 한라산漢拏山이란 '은하수를 끌어당길 수 있다'라는 뜻에서 형성된 지명이라 한다. 문헌비고에 보면 한라산은 둥근 산 圓山이며 조선의 영산 靈山 열 둘 가운데 세 번째의 산이다. 옛 읍지의 기록에도 그 중심부가 불

김종   2014-01-24

천지앞에서 나는 천지의 카리스마에 압도되고 말았다. 천지사방에 서린 저 미만한 카리스마, 봉우리마다 갈기를 세우고 그 카리스마가 흘러온 곳을 둘러본다. 백두산의 높이가 2,750m이고 천지가 그 정상이니 하늘의 위엄이 만들어낸 것일까. 갖가지 투각문(

김종   2014-01-17

새해 첫날, 일상에서 멀어진 길을 걷는다. 늘 오가는 출근길이나 등산로 외에 오래된 상점이 있었던 골목길이나 옷 벗고 목욕하던 마을 앞 갱변 뚝방길, 어릴 때 오가며 다래도 물외도 따먹던 초등학교 등굣길을 나직한 콧노래를 앞세우고 걸어본다. 장터처럼

김종 시인   2014-01-10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는 말은 노 젓는 사람이 많으면 배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는 말이렷다. ‘주인’은 ‘한 집안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다. 사전적인 풀이를 넘어서 실제로도 그렇다. 주인이 많다는 것, 하릴없는 자유방임주의가 연상된다.

김종 시인   2013-12-27

백두산 가는 길은 우리네 60년대가 숨쉬고 있었다. 좌우로 자작나무 숲이 하얀 각선미를 드러내고 울울창창 도열해 있었다. 그게 내 눈에는 차라리 고혹적인 풍경이었다. 노면은 불안정했고 여기저기 토목공사를 위해 파헤쳐 놓은 흙더미가 흡사 무덤 같았다.

김종 시인   2013-12-20

거실 벽면에 빈 액자를 걸었다. 조금 떨어져서 액자를 바라다보았다. 비어 있는 액자의 중심이 블랙홀 같은 견인력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그래 저기에다 무엇을 던져 넣을꼬? 지지난 해 태풍으로 삼천리금수강산이 파죽지세로 짓밟혔다. 몇 십 년 묵은 나무가

김종 시인   2013-12-13

늦은 장맛비가 그치면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벌레소리 하나에도세상의 귀가 만들어져 가을은 정녕 온다. 아니 바람 속에서잎과 줄기를 흔들며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외로움과 고통, 그리움과슬픔도 그렇게 흔들며 흔들리며 부서졌다 살아나는 것.반갑고 고맙고 기쁘

김종 시인   2013-11-29

욕망 없이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욕망 없이는 다다를 수 없고 거미줄 같은 이 지상의 미로를 독파할 수도 없다. 사랑하는 일까지도 그 물줄기는 욕망에 이어져 있다. 욕망의 회로 위에서 피돌기 하는 존재가 어찌 인간뿐이겠는가. 생명은 욕망이 조

김종 시인   2013-11-22

반복된 논의에도 ‘예술’은 어려운 개념이다. 예술을 위해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아리송한 시간에도 예술가는 곤궁한 헤엄쳐가기를 쉬지 않고 시도한다. 필자의 경우 직접 ‘작업’하기도 하고 3자적으로 ‘작품’ 앞에 서서 독자가 되기도 한다. 무엇인가를

김종 시인   2013-11-15

새를 보면 겨드랑이가 간지럽다. 내 몸의 여기저기에 날개가 돋아난다. 하늘 푸른 구만리 공간을 날개로 건넌다. 그래 새들 만큼은 아니어도 하늘 길을 열어 인간이 날아다닌 날개의 세월도 어지간히 되어간다. 인간의 날개를 대신하는 것은 비행기다. 그 비행

나주투데이   2013-11-08

꽃들은 언제나 웃는다. 그럴듯한 아포리즘이다. 새는 울어도 늘상 꽃은 웃는 모습을 노래한다. 꽃은 우선 피어나는 곳이 천양지차다. 이도 저도 사람살이에 견줄 수 있겠다. 온상에서 피어나는 꽃이 있는가 하면 가파른 비탈이나 척박한 모래땅, 바위 틈새 등

나주투데이   2013-11-01

별빛들이 걸어 다니던 머언 날부터 백두산의 ‘천지’는 세상의 다른 땅덩어리와는 두 가지 점에서 남달랐습니다.하나, 머리꼭대기에 찰랑거리는 물동이처럼 ‘천지’라는 이름의 완벽한 호수는 세상 사람들이 꾸뻑 죽어질 만큼 그 살살거리는 웃음이 뇌쇄적이랍니다.

나주투데이   2013-10-25

넝쿨 지는 것들, 마지못해 땅바닥을 기다가도 단단한 지주를 세워주면 희희낙락 구름 위까지 올라서보겠다는 듯 하늘을 향해 걸어 올라간다.아래로아래로 흘러가는 저 강물도 지주 세워주면 위로위로 넝쿨져 올라갈까.그러나 강은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나주투데이   201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