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위협적인 기세로 돌진하던 태풍 '에위니아'가 배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소멸됐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북상하자 피해를 우려해 근심을 가졌던 관내 과수농가들은 한시름을 놓았지만 지난간 뒤 다시 생각해 보면 얄밉기도 하다.

개화기간인 4, 5월에 배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흑성병'이 번지면서 품질이 크게 떨어져 오히려 강한 태풍으로 낙과피해에 따른 재해보험 보상을 내심 바라는 농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내 과수농가 80%이상이 재해보험에 가입해 태풍과 폭우로 30%이상 낙과율이 발생했을 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태풍을 어찌 보면 농가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러면서도 태풍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물러나자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만3000여평 규모의 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55)는 "개화기인 4, 5월에 비가 많이 내려 흑성병이 발생한 6000여평은 수확을 포기할 정도"라며 "지난해 태풍 루사로 인한 낙과(落果)로 1억원이 넘는 손해를 봐 이번에는 재해보험에 가입해 차라리 강한 태풍을 내심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한편 3호 태풍은 완전히 소멸됐지만, 다시 북상하기 시작한 장마전선이 지난 한주 동안 많은 비를 뿌리며 지역을 강타해 배 과수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