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자랑스러운 대한의 군인 이었다
                                                                               논설위원 김노금

해군 천안함 침몰사고 사건이 있은 지 벌써 열흘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최초의 침몰 시간조차 오락가락 하면서 날이 갈수록 국민들의 의혹과 염려는 커져만 가고 있다. 우리와 같이 북한이라는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은 하늘도 놀라고 땅이 흔들릴 정도의 사변이 아닐 수 없다. 또 그 지역은 지난 연평해전의 기억이 생생한 곳 아닌가?

정부는 극히 제한된 정보를 짜깁기해서 많은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고  침몰사고 시간은 물론 사고 원인조차 명쾌하게 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실종 승조원 가족이 겪는 어처구니없음과 통탄, 분노를 어떻게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싶다.

▲ 논설위원 김노금

눈에 넣어도 도무지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아들들이 차가운 바다 속 어딘가에 어떻게라도 살아 있겠지라는 실날 같은 희망조차 이제 다 꺼져가는 상황이 되어 가는 듯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 싱그럽고 사랑스러웠던 아들이 살아만 올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는 저들 부모들에게 자식이 살아오는 것 이외에 세상의 어떤 위로도 위안이 될 것 같지 않다.

천안함의 행적과 침몰전후 과정 사고원인 정부의 오락가락 갈팡질팡의 대처가 온 국민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는 상황에서 딱 한 사람 참으로 믿음직하고 든든한 이가 있었으니 바다보다 더 크게 보이는 사람, 영원한 해군, 그 이름 한주호 준위였다.
 
몸을 가누기 힘든 정도의 폭풍과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기상 상태에서 바다 밑에서의 작업은  도무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모두가 망연히 손을 놓고 있는데도 거센 물살을 헤치고 40미터의 바다 밑으로 들어간 그에게는 오직 동료를 살려내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만 있을 뿐 이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바다 속 개펄에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조류와 싸우며 함수의 출입구를 찾아내고  칼날이 뒤엉킨 것 같은 함정의 배관 사이에 밧줄을 연결해 결국 선내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터놓는 영웅적인 활약을 하고 그는 이제 그 바다에서 숨졌다.

그 때의 기상상태나 장비, 갯펄로 뒤덮여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바다 밑 으로 들어가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그는 세 번이나 바다 속 작업을 했다. 그렇게 그는 자칫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맨 몸으로 임무를 수행 한 후 영웅으로 죽었다.

조국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인한 체력이어야 한다며 동생 같고 아들 같은 장병 들을 모진 훈련으로 몰아세울 때는 엄격하기 그지없었지만 어려운 일 앞에서는 항상 솔선을 보이고 넉넉하고 따뜻한 팔로 후배들을 감싸주던 맏형이었다. 

당연히 나이 어린후배들이 해야 하는 배 바닥을 검사하는 선저검사 때도 모두기 싫어하는 모터보트 씻는 허드렛일 까지도 항상 그 는 맨 앞장이었고 목숨을 내놓고 수행해야 했던 소말리아 해적선에 올라 결정적인 증거품을 수집하는 일에도 한주호 그는 맨 앞에서 온 몸을 던졌다.

직책이 훈련관이었던 그는 굳이 해적선에 오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궂은일 위험한 일은 늘 자신이 앞장 서야 한다는 변함없는 신념의 사나이였다. 또 한 나이어린 상급자에게도 크고 우렁찬 절도 있는 목소리로 거수경례를 올리던 진정한 신사요 멋진 해군의 표상이었고 대한 남아의 자존심이었다.

한 여인의 자상한 남편이요 사랑하는 남매의 따뜻한 아버지였던 그는 조국을 위해 동료 병사를 위해 유족의 아픔을 위해 살신성인의 기백으로 죽음 같은 그 바다 너울이 춤추는 서러운 서해바다 속에서 동료를 찾아 헤매다 그 억센 팔다리 피로에 지친 몸을 바다에 누였다.

애달프다 그의 죽음이.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평생을 바다를 지킨 그에게 이제 우리는 조국의 군복을 입힌 채 미안함과 죄스러움으로 그를 보낸다. 그리고 귀 기울여 그의 마지막 말을 듣는다. 조국을, 동료를, 어여쁜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는 그의 떨리는 음성을 듣는다. 우리들의 영웅 한주호 준위! 그대는 진정 자랑스러운 대한의 해군이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