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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천장에서 물이 뚝뚝
송용식 수필가  |  songys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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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8호] 승인 2024.05.12  2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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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용식 공학박사·건축기술사·수필가

지역 미술관은 그 도시의 얼굴이다. 이곳의 기획전이나 걸린 작품을 보면 지역 고유의 예술 감수성과 그간 가꿔온 문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어느 조간신문에 미술관 바닥에 쓰레기통을 받쳐놓고 빗물을 받아내는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실렸다. 지난해에는 일본 유명 팝아트 작가의 전시를 유치했으나 전시 기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린 적도 있었단다. 미술관 항습 조건을 맞춰달라는 작가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작가가 철수해 버린 것이다. 또 다른 지방 미술관에서는 국가 예산을 들여 가짜 작품을 사들여 발칵 뒤집힌 일도 있었다. 몇몇 도시에서만 있었던 일일까.

국민의 삶은 간단하지 않다. 다양한 목소리가 국민의 생활에 연결되어야 한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법조계 출신이 61명으로 20%를 넘는다. 2146명보다 15명이 더 늘었다. 그 때문인지 국회의원들조차 문제가 생기면 법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래서 국민의 하루하루가 좋아졌는가. 비례대표 제도를 왜 만들었는지 망각해 버린 것 같다. 법조계 출신의 10% 만이라도 문화예술계와 다양성 분야에 배려하고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면 이처럼 삭막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삶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공급해 줄 책임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국가가 시혜를 베풀 듯이 하는 분야가 아니다.

미술관 개관식 때 설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미술관은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설계했을 것이다. 그 설계자를 초대하지 않거나 초대하더라도 뒷줄에 좌석 하나 배정해 줬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국회의원, 지자체장과 의회 의장의 축사는 이어져도 정작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에게 설계 컨셉이나 내용을 설명할 기회조차 주는 데 인색한 지자체. 아니 인색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 자체를 못 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게 현재 그들의 수준이니까.

공무원들은 1, 2년마다 자리가 바뀐다. 전문성 없는 담당자는 일을 배워 알만하면 다른 부서로 옮긴다. 악순환이다. 중학 수준의 공무원이 대학 수준의 문화예술계를 관리하는 꼴이 아닌가. 연간 2,000만 원 지원해 주고 천 원짜리 증빙서류까지 보고하라고 해서 아예 지원금 받기를 포기했다는 어느 문화단체장의 얘기를 들었다. 그게 영수증 챙기는 직원의 봉급이더라고. 국가가 생색내며 갑질하는 행태가 되어버렸다. 자존심 죽여가며 그마저도 목말라하는 작가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작가들은 누군가를 위한 기쁨조가 아니다.

괜찮은 사례도 있다. 지난 221월 개관한 울산시립미술관은 하루 평균 1,000명이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개관과 동시에 울산 젊은이들의 성지이자 가족과 함께 찾는 명소가 되었단다. 시민들은 앞다퉈 SNS에 방문 후기를 올렸다. 전국 미술관 관장과 큐레이터의 필수 탐방 코스로 떠 올랐다. 하드웨어에서 성공했다면 앞으로 소프트웨어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싶다.

얼마 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우선 미술관까지 이어지는 교통이 불편했다. 식사하고 쉴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참 줄을 서 기다리다 식사는 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던 기억이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산세 좋은 곳에 엄숙하고 근엄하게 자리 잡아야만 고급문화가 되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프랑스 국, 공립 미술관은 변화하는 관람객 기호와 미술관 기능 사이에서 기획 전시와 운영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미술관을 확장 개관하면서 부대시설인 쇼핑 공간을 대규모로 늘렸다. 개장 시간 이전 상품 판매와 편의 시설을 확충하여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그 결과 루브르 미술관은 단지 감상을 위한 공간이 아닌, ‘관광지역할도 해내며 문화관광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도슨트(docent)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과 작가 그리고 그 시대 미술의 흐름 등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다. 미술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1, 2급 민간 자격제로 운영되는데 이런 방안은 어떨까. 도슨트가 해당 자격을 유지하려면 초, 중등학교에서 연간 일정 시간 강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실제 수입이 별로 없는 도슨트에게는 일자리가 늘어난다. 학생들은 청소년 시절부터 전문가에게 관람 예절부터 유명작가들의 시대 흐름에 따른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미술에 대한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되고, 유명 미술작품에 접근 기회가 늘어나면서 관심과 안목도 높아질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림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다 보니 교류하는 화가도 많이 생겼다. 아내가 그림을 공부하고 전시회를 열면서 그림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크고 작은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나만의 보는 눈도 생기는 것 같다. 자연스레 미술계의 여러 현상을 보고 들으며 나름 문제의식도 갖게 되었다. 유명 작가 작품은 아니지만, 유화와 조각의 소장품도 10여 점이 넘는다. 작년에는 그중 한 점을 시험 삼아 경매에 의뢰했는데 10배 가까운 수익을 낸 적도 있다.

지적 허영인지 갑자기 도슨트 공부를 하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내 삶이 더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정치권이나 관료들의 관심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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