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회사 20대 여직원이 실종 이틀만에 살해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지난 23일 피해자의 사인을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결론짓고, 목격자 확보를 위해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실종자 수색에 나선 경찰은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다도면 나주호 인근 묘지에서 연락이 두절됐던 모 통신회사 광주영업점 여직원 K씨(26)의 시신을 발견했다.

K씨는 지난 20일 새벽 4시30분께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P씨(26·여)가 거주하는 서구 치평동 모 오피스텔에서 P씨와 P씨의 남자친구 Y씨(27), 또다른 친구 등 3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헤어진 뒤 주변 사람들과 연락이 두절됐다.

K씨의 가족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날 오전 형사팀과 기동대원, 나주·화순경찰서 직원 등 500여명을 동원, 실종 당일 오전 6시57분께 K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최종적으로 꺼진 나주호 인근에서 수색작업을 벌여 시신을 찾아냈다.

시신이 발견된 지점은 도로에서 10m 가량 떨어진 풀숲 안쪽 묘지로 K씨는 집에서 입고 나간 밤색 외투와 쥐색 바지를 착용한 채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부검을 맡은 전남대 법의학과 부검의로부터 "강한 힘으로 목이 졸리면서 목 안쪽에 출혈흔적이 남았고, 오른쪽 눈 부위에는 구타흔적이 있으며, 손가락과 발목, 어깨 등에 남은 미세한 멍자국도 반항흔적으로 보인다"는 통보를 받았다.

특히, K씨의 신발에 묘지 주변의 흙이 전혀 묻어있지 않는 점으로 볼때 K씨가 다른 장소에서 살해된 뒤 유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피해자와 안면이 없는 괴한에 의한 '우발적 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오피스텔과 주변 인물 등 면식범의 소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피해자가 사건 직전 동료들과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실종 직전 K씨와 함께 술을 마신 P씨는 경찰조사에서 "(K씨가)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고, 다투거나 특별한 대화도 없었다"며 "시간이 늦었다고 귀가를 만류했지만 '고양이 밥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집을 나섰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차가 없는 K씨가 P씨의 오피스텔에서 나온 새벽 4시27분께 홀로 건물을 빠져나가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하고, K씨가 탑승했을 만한 용의차량을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나주호 방면 도로의 일부 CC-TV가 범행시간대 작동하지 않았고, 확보된 영상자료도 화질이 좋지 않은 점, K씨의 가방과 휴대전화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 수사의 난항을 예고하는 요인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확보된 자료를 분석하는 데만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수사의 실마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