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이야기⑪

용진단(龍津壇)이 있는

제창마을 스토리텔링   

김미경(나주시 역사문화 큐레이터 ＆ 스토리텔링 작가)

영산포의 중요성은 미곡 창고가 있었고, 호남 일대의 곡식과 물류들을 창고에 보관시켰다가 모두 고려 때는 개경으로 조선 때는 한양으로 곡식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 곳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제일 중요한 구실을 했던 영산포는 중국과 일본 교역의 중심지였다. 그런 영산포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영산포가 아니다. 오랜 시절 영산포의 명성을 유지하였던 곳은 바로 현재 택촌과 제창마을 일대를 일컫는다. 그래서 그런지 제창마을에는 유서 깊은 서원도 있고, 매년 정월이 되면 당할아버지를 정성껏 모시고 당제를 지내는 풍속이 아직 남아 있다. 

<제창마을 미천서원 스토리텔링>
원래 택촌과 더불어 예전 영산포 일대로 큰 미곡창고가 있었던 제창마을은 요즘은 옛 영화를 잊은 채 조용합니다. 제창마을에는 영산강 포구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단아한 서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창마을에 있는 미천서원은 풍류를 즐기던 정자와는 달리 조선시대 학자 미수 허목을 추앙하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 이 서원은 부조리한 현실을 올곧게 비판한 그 분의 높은 뜻을 받들기 위해 세워진 것입니다. 미수 허목은 우암 송시열과 쌍벽을 이루며 시대를 앞서갔던 선진적인 학자였습니다. 이런 미수 허목의 발자취를 밟으며 미천서원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신에게 엄격했던 조선의 바른 선비정신을 만나게 됩니다.

<용진단(龍津壇) 스토리텔링>
원래 제창마을에는 이름 그대로 창고가 있었습니다. 나주평야를 비롯한 전라도 곡창지대에서 수확한 곡식들을 보관하였다가 조운선이 들어오는 날이면 시끌벅적했던 곳이 바로 제창마을입니다. 제창마을에는 영산강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신성한 공간이 있습니다. 마을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별봉산 자락에 '용진단(龍津壇)'이라 불리는 한 칸짜리 당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집 입구엔 '正禮(정례)'라 적힌 비석이 서 있고 새끼줄이 쳐져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세월을 영산강 물줄기와 함께 한 앙암(仰岩) 바위 아래 산다는 용신을 달래는 당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옛날 왜구들이 노략질을 하려고 영산강을 거슬러 오르다가도 앙암 바위 밑 소용돌이를 못 이겨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센 물살을 달래고 바다와 강이 만나는 영산포에서의 안녕을 기원한 의례가 바로 당제였죠. 그만큼 영산포 일대에서는 고기를 잡으며 살았던 어부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로 영산포의 번창함을 말해주고 있는데요. 당집 안에 있는 당할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이 지금도 우리 모두를 지켜줄 것 같습니다. 당제는 매년 음력 정월 초열흘 자시에 지내며, 지내기 전 모두 몸가짐을 조심하고 정성을 쏟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