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홍어잡이 어로방식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박 종 오

1. 흑산도 근해의 홍어잡이

전라도에서 홍어洪魚는 잔칫상 차림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생선이다. 또한 홍어를 잘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얹어 새우젓과 함께 보쌈처럼 먹는 홍어삼합은 소위 ‘삼합정치’라고 하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홍어는 지방에 따라 홍어, 고동무치(전남), 물개미(함평), 나무가부리(포항), 간쟁이(신미도), 무러미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삭혀 먹는 음식으로 알려졌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홍어와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홍어의 효능에 관한 것들이 많다. 반면 홍어잡이와 직접 관련된 어구漁具나 어법漁法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있는 자료도 홍어잡이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홍어잡이 어법은 과거에 행해졌던 어법과는 조업 구역이나 어구漁具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흑산도 현지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홍어잡이 어법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음식으로서 뿐만 아니라 어류로서 홍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흑산군도는 흑산도黑山島를 주도主島로 하여 홍도紅島·대둔도大芚島·영산도永山島·다물도多物島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흑산군도의 홍어잡이는 70년대 초까지 다물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잠시 중단되었다가 흑산도를 중심으로 다시 이루어진다. 이후 90년대 중반에는 홍어잡이가 거의 중단되어 한 척의 배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90년대 후반부터 다시 재개된다. 이처럼 흑산군도의 홍어잡이는 중단과 재개再開의 모습을 보이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이러한 중단과 재개 속에는 새로운 어구의 도입 등 홍어잡이 어법의 변화도 함께 이루어져 왔다.

이 글에서는 70년대 초까지 흑산군도의 홍어잡이 어법의 변화는 다물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후의 홍어잡이 어법은 흑산도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흑산군도 홍어잡이 어법의 변화 양상과 더불어 흑산도의 홍어잡이가 지속될 수 있는 제문제에 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문헌을 통해 본 홍어

흑산군도의 홍어와 관련된 대표적인 저서로는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들수 있다. 정약전丁若銓(1760∼1816)이 흑산도 근해의 수산생물을 실지로 조사하고 채집하여 기록한 이 글에는 홍어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초강목』에는 해요어(海鷂魚), 태양어(邰陽魚) -『식감(食鑑)에는 소양(小陽)』-, 하어(荷魚), 분어(鱝魚), 포비어(鯆鯡魚), 번답어(蕃?魚), 석려(石礪)라고도 기록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홍어로 기록하고 있다.

위의 기록에서 보듯 홍어는 문헌에 따라 해요어, 태양어, 소양, 하어, 분어, 석려 등 그 부르는 명칭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산어보』에서는 “분어鱝魚 속명은 홍어洪魚”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곧 분어?魚를 홍어와 같은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분어와 홍어에 대해 이익李瀷(1681∼1763)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분어는, 그 주에 이르기를 ‘생김새가 둥근 소반과 같고 입은 배 밑에 있으며 꼬리 끝에는 독이 있다’ 하였으니, 이는 바로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가올어(嘉兀魚)라는 것이다. 가올어는 생김새가 홍어와 서로 비슷하나 맛은 훨씬 못하다. 꼬리 끝에는 침이 있어서 사람을 잘 쏘는데 독이 아주 심하다. 이러므로 사람들이 그 꼬리를 잘라서 나무뿌리에 꽂아 두면 나무가 저절로 말라 죽게 된다. 본초에는 꼬리로 독을 뿌리는 것은 홍어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가올어라는 것인데, 다만 세속에서 부르는 이름이 다를 뿐이다.

위 기록을 보면 분어는 우리말로 ‘가올어’인데, 이 가올어는 홍어와 비슷하지만, 맛이 떨어지며 꼬리에 독이 있다. 『본초강목』에 꼬리로 독을 뿌리는 것이 홍어라고 하였으나 이는 곧 가올어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우항잡록(雨航雜錄)』의 물고기 이름을 인용하여 홍어와 분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홍어(魟魚)란 것은 생김새가 둥그런 부채 같으면서 비늘이 없고 빛깔이 검붉으며 입은 배 아래에 있고 꼬리는 몸보다 길다. 가장 큰 것은 교(鮫)라 하고 그 다음은 금홍(錦魟)·황홍(黃魟)·반홍(斑魟)·우홍(牛魟)·호홍(虎魟) 등인데, 홍(魟)은 혹 홍자로도 쓰이며, 『문선(文選)』에서 이른 분어(?魚)이다. ······홍어는 곧 가오리(加五里)이다. ······대저 이러한 것들의 이름에 방언을 쓰지 않고 그대로 중국말을 쓴 것인데, 다만 글자가 다를 뿐이다.

위의 기록을 보면 홍어를 『문선(文選)』에서 분어라 부르고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가오리라 부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분어와 홍어, 그리고 가오리는 글자만 다를뿐 같은 어종을 지칭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