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이야기⑨

영산강 역사문화

비단길을 따라 걷는 아름다운 삶
           
                                                                       
김미경(나주시 역사문화 큐레이터 ＆ 스토리텔링 작가)

삶이 나른하다고 느껴질 때 옛무덤을 찾아가면 어떨까. 나주에는 아주 커다란 고분군과 지석묘들이 산재해 있다. 영산강이 준 풍요로운 삶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나주에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바로 그 중요한 증거가 반남면 신촌리 자미산 북쪽에 위치한 마한시대의 무덤들이다. 정교한 금동관, 금동신발, 금반지는 물론 많은 토기류가 발견되어 이곳에 아주 강력한 지배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신촌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관(보물 제295호)은 최고의 신분을 상징하는 장신구로 이곳에 백제 이전에 강력한 지배력을 지닌 마한시대 지배자가 존재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고대의 그윽한 역사의 향기를 따라 걷는 신촌리 고분길(사적 제77호)>
영산강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인간의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수렵생활로 지친 인간은 농사를 지을 기름진 땅과 맑은 물이 필요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한 그들은 대단위 부족국가를 형성했고,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걷고 있는 신촌리 고분길은 그런 고대인들의 삶과 죽음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얼마나 지혜롭게 살았는지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서 큰 무덤들 사이를 걷노라면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진리를 새삼 깨달게 될 것입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신촌리 고분길을 걸어보면서 느림의 여유를 즐겨 보면 어떨까요. 왜, 이곳에서 국보 제295호가 된 금동관이 출토되고, 금반지, 금동신발, 청동 팔찌가 나왔을까요. 왜, 일본 사람들은 구태여 현해탄을 건너 이곳으로 와서 꼭 고분군들을 보고 싶어 할까요. 찬란한 고대문화가 꽃피웠던 이 길을 걸으면서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다시금 되새겨 보며 현재 주어진 우리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영산강 역사문화 비단길을 따라 고대인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 천천히 걷다보면 문명의 빠른 속도를 따르는 삶이 결코 아름다운 삶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 청동기시대의 상징인 지석묘들이 분포되어 있는 왕곡면 신포리 지석묘 길을 걷다보면 진정 아름다운 삶은 느림이 주는 여유에 있다는 사실을 깊게 되새기게 된다.    
 
<청동기시대 죽은 자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신포리 지석묘길(전라남도 기념물 제135호)>
청동기시대에 영산강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는 삶의 흔적을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신포리 지석묘길이라는 무덤을 걸으며 깨달을 수 있습니다. 흔히 고인돌이라고 부르는 지석묘를 걷다보면 죽음을 천명(天命)으로 받아들이며 산 자들이 힘을 모아 끙끙대고 옮겼을 거대한 돌무덤을 볼 수 있습니다. 죽은 자를 위해 산 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만 만들 수 있는 지석묘. 각각 흩어진 모래알처럼 경쟁에만 몰입하여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신포리 지석묘길을 아주 천천히 걸어보는 느림을 체험해 보세요. 고인돌은 죽음이 산 자가 가야할 마지막 길이라는 것을 일러주면서 욕망을 쫓고 사는 우리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