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이 행복한 이유
                                                                                       논설위원 김노금
 
온나라를 뒤덮고 있는 신종플루의 공포에 날은 추워지고 세상살이는 점점 힘들어 간다고 하지만 실로 오랜만에 조금은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이 가을을 보내며 겨울을 맞는다.  곳간 안에 무언가 조금은 채워 놓은 듯한 여유로움으로 한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본다. 찬바람이 뼛속을 파고드는 이때쯤이면 늘 좀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지 못한 한해를 보낸대 대한 아쉬움에 가슴이 헛헛해지고 잔고 없는 빈 통장을 바라보는 그런 마음 이었는데 이런 뜻밖의 여유로움에 잠시 행복감을 느껴 본다. 평생 일구어가는 삶의 터전에서도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해결한 한해였다. 또 글 쓰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매주 두세 편의 고정란과 여기저기서 오는 원고 청탁에 펑크 없이 응하면서 쉼 없이 글을 써왔다라는 대견함이 없지 않고 작으나마 지역적인 예술 활동에 있어서도 마음에 맞는 예술인들과 함께 나주의 문예부흥을 위해 나름 많은 시도를 했었던 한해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논설위원 김노금

남평 드들강변 솔밭 유원지에서 개최했던 자연과 예술과 사람이 만나는 문화 공감의 일환으로 “솔향기 사이로” 라는 행사는 십리 송림과 금빛은빛으로 빛나는 지석강변을 예술 문화의 창조적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나주지역 예술인들이 한마음으로 이룬 귀한 행사였다. 한여름 뙤약볕보다 더 뜨거운 지역예술인들의 의지의 몸짓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내 고향 지석강변을 찾아준 많은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여름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수준 높은 문화의 향기를 선물 하였다고 자부한다.

무슨 무슨 축제라는 이름 하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각 지역의 축제가 다소의 차이는 있겠으나 낮에는 천막 밑에서 동동주와 족발과 파전으로. 밤이면 수백 수천만윈씩 들여 유행가 가수를 모셔서 날밤을 지새우는 그런 행사와는 확연히 다른 예술적 감흥을 맛볼 수 있는 행사였다. 문학과 음악과 미술, 연극과 국악, 사진 등 예술분과의 모든 예술인들이 함께 하여 송림 우거진 드들강변에서 펼친 멋들어진 한판의 난장 예술은 정성을 다한 지역민들의 섬김과 함께 그 시도 자체가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가를 공감케 하였다.
 
우리 민족의 아픔과 함께 해온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의 국민 작곡가를 기리는 안성현 음악제가 한여름 달빛 밝은 밤 그의 탯자리 남평 드들강변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과 함께 아름답게 강변을 수 놓을 때의 그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백호 임제 선생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무어별”이라는 창작 연극 또한 우리에게 또 다른 많은 감동과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조선 시대의 문신으로서 또 황진이를 연모한 낭만적인 기인으로 풍류객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나주인. 백호 임제의 숨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 무어별은 그 창작 동기에서부터 지역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자부심에 시작되었다. 또한, 연극에 관한한 최고의 것을 추구 하는 극단 예인방과 나주 예술의 자존심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으로서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박준영 도지사까지 찾아와 공연을 관람 하였고, 유료 공연임에도 연극과 예술을 사랑하는 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객석이 가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거기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고 예술인으로서의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명의 젖줄, 역사와 문화가 굽이굽이 흐르는 영산강을 가슴에 품어 안은 나주..

흐르는 실개천에도 무심히 구르는 돌맹이 하나에도 천년 전을 살았던 이들의 수많은 삶의 이야기와 애틋한 사랑은 그대로 시 가되고 노래가 되고 우리의 가슴을 적셔준다.

이 가슴 저린 삶의 이야기와 노래들을 얼마나 더 아름답게 예술로 승화 시키느냐는 이제 오롯이 우리의 몫으로 남은 것 같다.

부족하지만 서로가 힘을 합쳐 예술의 대 서사시를 아름다운 합창으로 노래 할 때 나주의 문화 예술의 부흥은 그리 멀지 않음을 확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