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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토속음식과 음식관광
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윤 형 숙 교수
향토음식, 토속음식의 생산과 소비는 외식과 관광을 통해 일상에서 탈피하여 색다른것을 경험하려는 현대인의 욕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상에서의 탈피는 색다른 음식의 경험, 과거로의 시간 여행, 타지로의 여행과 타문화 경험 등으로 가능해진다. 삭힌 홍어는 '톡 쏘는 맛',
'코가 뻥 뚫리는 맛', '입안이 얼얼하고, 전라도 사람이 아니면 먹기 어려운 맛'을 가지고 있다. 홍어의 맛이 강한만큼 음식의 토속성이 강하게
어필하고 각인된다.
과거로의 여행은 과거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을 먹음으로써 경험된다. 때로 과거에 먹었던 진짜 홍어맛이 그리워 고향을 찾기도 한다. 이들은
전라도에서만 진짜 맛이 나는 홍어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타지에서 만든 홍어는 그곳의 입맛에 의해 이미 변질된 맛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여기가 제 고향입니다. 제가 목포 사람이지요. 뿌리를 찾아 온 겁니다. 서울에서 먹는 홍어는 다 가짜예요. 여기
홍어가 진짜이지요. 여기가 오리지널한 맛을 가진 곳입니다.
목포의 홍어전문 덕○집 손님, 40대
남자
우리가 오래간만에 서울에 올라가 친구를 만나거나 선배를 만나면 홍어나 한번 먹으러 가자고 해요. 강남역에서 두
정거장 가면 목포집이라는 홍어집이 있어요. 가서 먹어보면 목포에서 먹는 것, 전라도에서 먹는 것과 맛이 틀려요.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고기의
종류도 틀리겠지만 거기서는 서울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보편화시켜서 톡 쏘는 맛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저녁 홍어 음식집만 세 군데를 갔는데
실제로 홍어 맛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맛의 차이라고 하는 것은 문화와도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요.
송○선, 남, 39세, 목포
교통의 발달과 5일 근무제의 실시, 관광문화의 발달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토속음식이 생산되는 장소에 가서 직접 음식과 지역의 문화적 분위기를
만끽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해준다. 음식관광을 가는 사람들은 그 음식의 원산지에 가야 진정한 음식의 맛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상인들은 진정한 음식문화를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상업적으로 활용한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장, 지역문화정책행정가들과 협력하여
지역음식문화축제를 기획하고, 토속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조성한다. 춘천의 닭갈비 골목, 나주 영산포의 홍어의 거리, 목포의 회타운 등이
좋은 사례들이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토속음식점은 관광회사 혹은 기사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다. 토속음식에 대한 정보는 주요 방송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소개하는 지역음식 코너를 통해서 소개된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맛집 소개도 지역음식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갖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토속음식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지역문화에 대한 소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상업화된' 대중음식점을 찾게
되는 관광객들은 '진짜 토속 음식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 평가된다. 진짜 토속음식을 잘 하는 집은 때로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를 가진
상업적인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 곳이다. '상업화되지 않은 진짜 토속음식점'을 잘 아는 사람이 진정한 맛과 멋을 아는 사람, 격조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상업화되지 않은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고가에 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자기 식구에게 하듯이 진짜 좋은 음식을
손님에게 정성스럽게 대접하기 위해 가격이 비싼 진짜 국내산 흑산도 홍어와 집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상업화되지 않은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토속음식점들은 실제로 고도의 상업화된 음식점들이기 쉽다. 처음에 '가정집 같은' 음식점으로 시작한
곳도 TV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더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전략을 쓴다. '가정집
같은 분위기'가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지역의 토속음식점으로 지정되기도 한다.
목포의 유명한 홍어음식점인 금○달은 좋은 사례이다. 진짜 흑산도 홍어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진 금○달은 비싸기 때문에 지역의 유지나
부유한 사람들만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점 내부는 주인의 살림살이가 그대로 진열되어 있다. 음식을 내오는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집에서 입는 옷차림을 하고 있다. 전문 음식점 종사자들이 보여주는 상냥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투박하게 주문을 받는 모습에서 '토속적인'
질박함을 느끼게 한다.
가정집 분위기의 금○달은 '6시 내고향'을 비롯하여 맛집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여러 TV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졌다. 금○달에는 KBS
'정보센터', MBC '아침이 좋다', SBS '출발 모닝 와이드' 등 주요 TV방송에 출현한 주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붙어있다. 전라남도가
지정한 '남도별미음식점'이라는 지정서도 붙어 있다. 인터넷에는 목포의 유명한 토속 홍어 요리집으로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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