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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목사이야기29- 원두표2윤선도 "재주 많지만 화를 일으킬 마음을 품고 있다"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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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호] 승인 2006.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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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목사를 거쳐 전라감사를 지낸 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원두표는 어용부사로 남한산성을 지키는 임무를 맡게된다. 남한산성 전투에서 그는 청나라 태종의 매부이자 중국 법화둔 출신으로 '법화장군(法華將軍)'이라 불린 양고리(楊古利)를 계략 빠뜨려 이곳에서 죽게 한다.

훗날 청 태종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곳에 '법화사'라는 절을 지었으며, '법화동'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유래되었다. 법화사터는 남한산성 북문 근처의 법화골 벌봉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이후 승승장구한 원두표는 형조판서로 승진하면서 김자점과 정권다툼로 분당하여 원당(原黨)의 영수가 되었다. 효종 즉위년에 호조판서로 한때 파직하기도 했으나, 2년 뒤 좌참찬과 좌찬성을 지내고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에 올라 내의원과 군기시의 도제조를 겸직하였다.

"어릴 때부터 뜻이 크고 강직한 기풍이 있어서 스스로 웅걸임을 자부하였는데, 성질이 자못 거칠고 오만하여 사론의 추앙을 받지 못하였다. -생략- 두표는 정사 공신 가운데에서 가장 늦게 정승에 올랐고, 지위에 오른 지가 오래지 않아 정승으로서 한 일이 드러낼 만한 것은 없었으나, 효성과 우애가 매우 돈독하고 기백과 재주가 남보다 뛰어났다. 임종에 임해서 올린 상소에서 간절하게 사류를 키워야 한다는 것을 말하였는데, 사류들도 이것을 훌륭하게 여겼다. 성품이 엉큼하고 시기가 많으며 거칠고 사나워 조금이라도 협조하지 않으면 끝내 반드시 몰래 해친 뒤에야 그만두어 사람들이 대부분 그를 두려워하였다"

현종실록과 현종개수실록에 실린 그의 졸기 따르면 재주가 뛰어나며 효성과 우애가 돈독하다고 적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성질이 거칠고 사나워 대부분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상소를 올린 인물도 있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어부사시가를 지은 윤선도이다. 윤선도는 "재주는 많지만 덕이 없고 음험하여 화를 일으킬 마음을 품고 있다"며 원두표를 멀리 지방관으로 내쫓고 임금의 권위를 높이라는 상소를 올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녹용으로 장식된 카 부러뜨려 약을 짓게 해

 
   
▲ 원두표가 직접 쓴 글씨
이수광의 <상술> 가운데 원두표의 젊은 시절을 묘사한 글을 실어 본다.  
 현종때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낸 원두표는 젊었을 때는 노모를 모시고 가난하게 사는 평범한 선비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날 원두표의 노모가 병이 들어 의원에게 진맥을 하자 의원은 인삼 1냥이 든 약 1천첩을 복용해야 낫는다고 처방했다. 그러나 가난한 원두표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첩약을 지을 수가 없었다.

일단 약방으로 찾아가 순서를 기다리던 중 한 선비가 녹용이 없어 약을 짓지 못한다며 절망하여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원두표가 가만히 살펴보니,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 중에 녹용으로 된 장식용 칼을 차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원두표는 그 사람 몰래 슬그머니 녹용으로 만든 칼을 뽑아 부러뜨려 가지고 있다가, 칼 주인이 돌아간 뒤에 녹용이 없어서 약을 짓지 못하는 선비에게 주었다. 약국 주인은 원두표가 하는 짓을 보고 크게 놀랐다. 녹용은 워낙 단단한 뿔이어서 그것을 부러뜨리는 손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천하의 장사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례가 되자 원두표는 약국 주인에게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약을 지어주면 반드시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약국 주인은 원두표의 말을 듣고 근심에 잠겼다. 원두표가 요구하는 약을 지어주면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서 약국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고, 원두표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는 천하의 장사인 그에게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약국 주인은 혼자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안에 들어가 부인과 상의했다. 약국 주인의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고 문틈으로 원두표를 살폈다.

“저 사람은 효도를 하기 위해 약을 지어달라고 하니 충성스러운 사람입니다. 앉아 있는 자세가 단정하니 신의와 집념이 있을 것이고 눈에 총기가 있으니 학문이 밝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재산을 모두 털어 약을 지어주면 훗날 충분히 그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아내의 말을 들은 약국 주인은 원두표에게 인삼을 넣어 첩약 1천첩을 지어주었다. 그러나 인삼 값이 워낙 비싸서 약국 주인은 결국 망하고 말았다. 약국 주인은 시골로 낙향하여 남의 집 행랑채에서 살면서 근근이 연명했다.

그 후 원두표는 과거에 급제한 뒤에 여러 차례 승진하고 나라에 공을 세워 호조판서가 되었다.
‘옛날에 나에게 신세를 진 사람이 호조판서가 되었으니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다. 설마 나를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약국 주인은 호조판서가 된 원두표를 찾아갔다. 원두표는 약국 주인을 냉정하게 대하며 가정 형편을 묻고는 약간의 일용에 쓸 돈만을 주어 쫓아냈다.

하루는 원두표가 전라감사에 임명되었다는 말을 듣고 약국 주인은 원두표의 집을 찾아가 비장이라도 되게 해달라고 청했다. “비장이 아무나 하는 것인 줄 아는가?”원두표가 쌀쌀맞게 말했다.

“대감의 첩약을 짓느라고 돈이 많이 들어 우리 집은 망했으니, 고려해 주십시오.”
“나중에 전주 감영으로 한번 찾아오게.”

원두표는 냉정하게 말하고 약국 주인을 쫓아냈다. 약국 주인은 다시는 원두표를 찾아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집안은 날이 갈수록 더욱 궁색해졌다. 약국 주인은 세밑이 되어도 먹을 것이 없게 되자 할 수 없이 노자를 마련하여 전주로 원두표를 찾아갔다.

원두표는 자신을 찾아온 약국 주인에게 식사 때가 되자 감사와 똑같은 상을 차려서 대접을 했지만 여전히 냉대했다. 약국 주인이 돌아갈 때는 노자 몇 푼밖에 주지 않았다. 약국 주인은 실망하여 집으로 돌아왔으나 그들의 집은 이사를 가고 없었다. 약국 주인은 사람들에게 물어 이사한 집을 찾아갔다. 그의 집은 뜻밖에 부자가 되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약국 주인이 놀라서 부인에게 물었다.
“전주에서 감사가 보내주었어요. 사사로운 일을 감영에서 시킬 수 없다면서 집의 종을 시켜서 보냈어요.”

부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원두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재물을 보내주었을 뿐 아니라 수십 개의 궤짝에 주인 내외의 비단 옷까지 넣어서 보내준 것이다. 그 비단 옷에는 옷마다 ‘보은’(報恩)이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약국 주인은 원두표의 정성에 크게 감동했다. 약국 주인은 전주로 찾아가 원두표에게 사례의 인사를 했다.

“실은 그동안 은인이 여러 차례 찾아왔으나 박대한 것은 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오. 돈도 없이 공연히 은혜를 갚겠다고 헛인사를 하는 대신 돈을 모으는 데 전력을 다했소. 물론 내가 모은 돈은 부정한 돈이 아니고 녹봉을 절약하여 마련한 것이오. 그 바람에 은혜를 갚는 데 수십 년이 걸린 것이오.”

원두표는 전라감사의 임기를 마친 뒤에 한양에 올라와 벼슬이 더욱 높아져 좌의정이 되었다. 그는 약국 주인의 옆에 집을 짓고 우정을 나누면서 살았으나 약국 주인보다는 언제나 가난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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