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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과
남궁억 선생님
논설위원 김노금
정열의 계절 8월의 뜨거움이 사위어가고 소슬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이맘때 가을이 오는 길목에 드문드문 무궁화 꽃이 피어있다.
사랑하고 보살펴야 마땅할 대상에게 정성을 다하자 못한 빚진 죄인의 심정으로 무궁화를 대한다. 그래서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고 내가 뭔 힘이
있느냐고 애써 무관심 해 버리거나 냉정하게 짐짓 모른 체 해버리면 될 일을 가지고 나는 왜 이리 무궁화에 집착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화초들은 계절마다 시로 때로 심고 물주고 가꾸는 이들도 많더니만 잡초더미에 묻혀 안타까운 모습의 우리 꽃 무궁화.........,
그러나 자세히 다가가 보노라면 화사한 꽃잎과 붉게 피어오른 단심 그 가운데 우뚝 선 꽃잎에는 기품이 서려있고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오는 것 같다. 하얀색 무궁화 배달 계 와 분홍색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홍 단심 계 등 출근길에 보는 무궁화가 날로 더
싱그럽게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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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위원
김노금 |
| 다가서서 볼수록 가슴 아리도록 아름다운 꽃이다. 베롱 나무의 분홍빛 연가가 마지막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고 구월의 노래를 부를 때 쭈뼛거리며
드문드문 서너 댓 그루의 무궁화가 심히도 촌스런 모습으로 그 어색한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이 왜 이리 속 쓰리고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어렵고 힘든 시절 그래도 그 자식 하나가 그 가정의 꿈이고 소망이었던 시절 세월 흘러서 남의 집 새끼들은 그래도 널찍한 집에 고급차를 잘도
몰고 다니 더만 내 새끼는 고급차는커녕 집 한 칸도 마련 못하고 이리저리 궁색한 세간을 끌고 다니는 모양새를 보아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싶다. 1년에 한번 이렇게 무궁화가 피는 계절이 오면 늘 죄스럽고 아픈 마음으로 무궁화를 대하곤 하는데 그나마 올해는 다소 위안이 되는
소식을 듣게 되어 다행이다.
독립 운동가이셨던 남궁억 선생님의 고향인 강원도 홍천에서 무궁화를 테마로 많은 의미 있는 일들을 벌이고 홍천을 무궁화의 메카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꽃 무궁화를 테마로 많은 관광자원을 만들어 내고 무궁화 축제를 통하여 독립 운동에 앞장선 남궁억 선생의 뜻을 기린다는 소식에
참으로 기쁘고 다행스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남궁억 선생은 일찍이 개화된 기독교 가정에서 나고 자라 외국어 학교를 다녔고 훗날 고종황제의 통역관으로 기울어 가는 대한제국의 아픔을
오롯이 당신의 가슴에 천추의 한으로 새기고 훗날 독립운동을 하게 된 분이다. 서재필, 윤치호씨 등과 함께 독립협회에서 활동하며
독립신문을 창간하기도 하셨다. 1907년 에는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이라는 찬송가 371장을 발표하여 이 땅의 백성들을 계몽 하고 민족혼 을
일깨웠다.
이 찬송가는 1937년 3월 일본 정부에 의해 부르지 못하도록 금지되었지만 들불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 불리어 졌고 지금도 기독인들이 가장
애창하는 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후 강원도 홍천 모곡 고향으로 낙향해서 초등학교를 설립한 후 자라나는 민족의 후예들에게 나라사랑을
가르쳤고 해마다 손수 무궁화 묘목 수십만 주를 재배하여 삼천리반도의 모든 학교와 교회와 가정에 보급 하셨다.
그러나 1933년 71세의 노령에 무궁화 사건으로 일제에 구속되셨고 선생께서 세운 모곡학교는 폐교되고 말았다. 그 후 수만 그루의 무궁화가
일제에 파헤쳐졌고 나라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로 무궁화는 온갖 수모를 다 겪게 된다. 처음에는 민족감정을 자극할세라 실로 교묘한 이유를 달아
무궁화를 우리 스스로 멀리하고 혐오감을 갖게 했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니까 무궁화는 해충이 많다, 또 무궁화 꽃가루가 몸에 닿으면 낫지 않는
부스럼이 생긴다, 바라만 봐도 눈에 피가 난다는 등의 말살정책으로 이 땅의 나라꽃 무궁화는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77세의 일기로 이 땅을 떠나실 때 선생은 당신이 죽거든 무궁화나무 밑에 묻어 그 거름이 되게 해 달라며 무궁화에 대한 크신 사랑을 보이신
분이다. 조금만 더 일제의 패망이 늦어 졌더라면 우리 꽃 무궁화는 완전히 이 땅에서 멸종의 위기를 맞지 않았겠나 생각된다. 진나라
박물학자인 최표의 저서 <고금주>에서는 군자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는 무궁화가 만발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수백 년이 흐른 지금 나라꽃 무궁화는 지난날의 눈물겨운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귀히 여김은커녕 아직도 홀대를 받고 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었는데 늦게나마 무궁화의 부활 소식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부디 이일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일이 되어지기를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산과
들 고을마다 무궁화의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지기를 빌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