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내아 금학헌 ①

                                                                        
 김미경(나주시 역사문화 큐레이터 ＆ 스토리텔링 작가) 

평소 나는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 不亦君子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친한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공자(孔子)님의 말씀을 자주 마음에 새기며 살고 있다.

그러다가 오늘 문득 “친한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난 꼭 이 집에 데리고 가야지”하고 서슴없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명소(名所)가 떠올랐다. 정말 반가운 친구가 먼 곳에서 나주까지  찾아오면, 숨겨 둔 보물을 내놓듯이 목사내아 금학헌(琴鶴軒)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것이다.

맑은 향기 가득한 목사내아 금학헌은 원래 풍류를 아는 격조 높은 목사님이 살았던 집이다. 호남 정치 1번지 - 나주목으로 고려 때부터 전라도 일대를 호령하던 목사님이 살았던 이 집은 문화재자료 제132호이다. 이런 소중한 우리 문화재가 지난, 5월 13일에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옥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얼마 전, KBS 인기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 2일” 팀들이 찾아와서 촬영을 한 후에는 목사내아 금학헌의 인기는 더욱 급상승하였다. “금학헌”은 거문고할 때 금, 학이라는 학, 집이라는  헌으로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학처럼 고고하게 살고자 하는 선비의 높은 지조가 깃든 집”을 의미한다. 출세가도를 달리는 지체 높은 목사님이 삶의 여유를 가지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생활했던 행복한 공간이 바로 목사내아 금학헌인 것이다.

나는 멀리서 반가운 친구가 찾아온다면, 반드시 목사내아 금학헌에 가서 다정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룻밤을 즐겁게 보낼 것이다. 물론, 내가 아주 아끼는 오백년 된 팽나무도 소개하면서….

목사내아 금학헌에는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목사님들의 삶을 지켜보았던 팽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나는 팽나무 아래 앉아 친구와 함께 차를 마시며 잃어버렸던 삶의 여유를 되찾고 싶다. 사실, 목사내아 금학헌의 벼락 맞은 팽나무는 사람들이 그다지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담장 사이에 걸쳐져 있는 이 나무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는 군자”처럼 아주 담담한 모습으로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늘, 그곳에 서있기만 했다.

이런 팽나무가 요즘,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조그만 스토리텔링 안내판 하나 때문이다. 이제는 “목사내아 금학헌(琴鶴軒)의 벼락 맞은 팽나무이야기”를 읽고 친구, 가족, 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팽나무를 껴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나는 친구가 멀리서 나를 보러 한걸음에 찾아온다면, 그 친구와 함께 팽나무를 껴안고 이렇게 기도할 것이다. “공자님처럼 60세가 넘어서도 학문을 익히는 일이 기쁘고, 친구와 함께 지내는 일이 즐거울 수 있도록 하소서. 부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성내지 않는 온화한 성품을 지니게 하소서.” 

목사내아 금학헌에는 오백년 세월동안 묵묵히 이곳을 지켜주는 벼락 맞은 팽나무가 있습니다. 어느 날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천둥 번개가 내리치던 밤, 목사내아 금학헌 팽나무는 벼락을 맞고 두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금학헌 팽나무는 뿌리 깊은 나무의 강한 생명력으로 기적처럼 살아나 여전히 목사내아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원래 벼락 맞은 나무는 사람들에게 예상치 못한 큰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령스런 기운을 지니고 있습니다.  쉿! 당신에게만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당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식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출세하고 싶은데 세상이 당신을 몰라 줄 때, 목사내아 금학헌 팽나무에게 마음껏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으십시오. 오백년 동안 말없이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주었던 생명력 강한 팽나무는 반드시 당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가슴 깊이 경청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어떤 방법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하는지 현명한 방법을 가만 가만 당신에게 들려 줄 것입니다. 이곳에 오면 꼭 오백년 된 벼락 맞은 팽나무를 만나십시오. 금성산의 맑은 기운이 뻗어 내린 아름다운 한옥 - 목사내아 금학헌의 팽나무가 선사하는 영험한 체험을 당신 스스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