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하며
                                                                          논설위원 김노금          
      
당신이 목숨처럼 사랑하시던 국민들을 향한 강한 사랑의 의지로 병상을 훌훌 털고 일어나 우리 곁으로 다가와 주실 것을 그토록 바랐건 만 당신께서는 홀연히 눈을 감으셨다. 민주주의를 위해 서럽고 캄캄하고 한 많은 세상을 후손에게 넘기지 말고 자유가 들꽃같이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하신 그 간곡하고도 무거운 짐은 이제 모두 우리 산 자 들의 몫이 되었다.

▲ 논설위원 김노금

파란만장했던 영욕의 삶 85년! 그 험난한 정치역정 속에서도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향한 의지는 투옥과 연금, 망명의 고통을 딛고 마침내 인동초 처럼 피어올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 교체와 분단 55년의 벽을 허물고 첫 남북정상 회담으로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했었다. 한반도 서남쪽 하의도라는 한 작은 섬에서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그의 삶은 치열했고 파란만장 했다.

우리들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한 사랑의 이름으로 남아있을 김대중 전 대통령. 그 분을 사랑했던 온 국민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 한다. 우리나라 현대사에 많은 대통령이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대사 한복판에 우뚝 선 거목이었다. 서슬 퍼런 군사 독재정권 30여 년 간 그는 민주주의의 수호자로서 온 몸으로 저항하며 독재와 싸우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 했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피랍과 테러, 투옥, 망명, 가택 연금 등 무수한 시련과 고초는 물론 일반인으로서는 상상 할 수 없는 사형선고를 받고 살아나기까지 죽음의 골짜기를 수도 없이 건너야 했던 한평생 이었다.

한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꽃 인동초라고 불리 던 그의 삶은 모진 고난과 박해에도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버리지 않고 기어이 그 토록 고대하던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의 정부나 인권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억울한 죽음을 구제 했었던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와 국민기초생활법으로 소외된 자들의 아픔을 보듬어준 사회 안전망 설치를 제정한 일과 여성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여성부의 신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루어 낼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재임기간 사형수들의 사형을 한 번도 집행하지 않은 점과 수많은 집회에도 최루탄 한번 사용하지 않았던 일 등은 그가 국민의 기본 권리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졌던 대통령 이었던가를 생각게 한다. 햇볕정책 외에 달리 남북 화해의 대안이 있을 리 없다는 그의 신념에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이 등등 했지만 일관된 햇볕 정책의 결실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하늘 길을 열었고 분단 55년 만에 남북최고 권력자가 평양에서 만나 포옹을 하는 감동을 맛보게 했었다.

그 후 금강산 관광으로 육로가 열렸고 국민들의 얼어붙었던 마음과 발길이 이어졌으며 경의선 철도 개통과 올림픽에서의 남북한 선수동시 입장 등으로 곧 남북통일이 이뤄질 수도 있겠다 싶은 분위기가 일어났던 것이 어제 일인 것처럼 기억에 새롭다. 그 결과 우리나라 역사상 첫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고 대한민국의 국위는 크게 선양되었다. 김 전 대통령의 삶을 가장 빛나게 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온몸과 정열을 불태운 것이다.  민족의 분열 대신 화해와 협력을 위해 모든 열정을 다 쏟았던 그는 남북 협력을 통해 만주와 시베리아와 유라시아까지 새로운 문명을 여는 웅대한 꿈을 키웠다. 이는 훗날 남북이 하나가 될 때 남북의 위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 할 것이며 또 앞을 멀리 내다 볼 줄 알았던 세계적 지도자로 추앙 받을 것이다.

김대중 지지자들은 물론 한때 심각한 갈등을 보였던 이 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영정 앞에 사심 없는 국화꽃 한 송이를 바친 점과 남북한 간의 싸늘한 경색 국면 속에서도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기로 결정 한 것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그의 서거 앞에서 그 가 뿌린 씨앗이, 또 그 가 걸어왔던 길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 것이었나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한 위대한 지도자의 죽음 앞에서 모든 국민들과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외국의 언론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순수한 추모의 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단한 분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그 분을 떠나보내는 시점에서 새삼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게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국민적, 국가적 갈등과 반목의 정치상황에 많은 우려를 갖게 된다. 이제 지역과 이념을 기준으로 물고 뜯고 편 가르고 죽기 살기로 싸우던 구습을 버리고 그가 뿌려놓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에 더욱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 나아가는 것, 그 길이 우리 산자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삼가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빈다. 사랑 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대통령님과 함께한 세상은 꿈이 있어 아름다웠습니다. 이제 이 땅의 모든 걱정 다 내려놓으시고 눈물도 한숨도 고통도 없는 그곳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잘 가세요 대통령님,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