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강 솔향기 사이로...
                                                                                      논설위원 김노금
 
나주를 고향으로 둔 사십대 이상의 장년들이라면 남평의 지석강 유원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릴 적 솔 향기 풍겨오던 그 맑은 물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물고기를 잡던 그 기억은 너나없이 간직한 우리들 나주인 모두의 유년의 추억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적 여름의 기억 그 정답던 우리들의 드들강, 지석강변에 온갖 잡상인이 들끓고 황폐화 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더니만 옛 모습은 간 곳이 없고, 언제인가부터는 아예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 논설위원 김노금

여기저기 찢긴 비닐과 온갖 쓰레기와 악취 나는 강물로 인해 바라볼 때마다 탄식이 절로 나는 그런 세월이 20여 년 전쯤부터의 상황이었지 싶다. 십리 송림에 은빛 모래, 그 강변에 부서지던 은물결 금물결을 자랑하던 지석강은 강 상류에 양식장과 여러 공장들이 들어서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했다. 인근의 화순 도곡과 10리의 거리 간격을 두고 그 곳에는 없는 이토록 수려한 강이 있음에도 지석강은 언제부턴가 인적 드문 외로운 산골짜기가 되어버렸고, 광주 인근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화순 쪽으로만 몰리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아름다운 공간을 살릴 수 있을까라는 과제는 나주인 모두의 공통된 마음이었고 행정기관에서도 이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중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국민동요인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곡을 탄생시킨 작곡가 안성현 선생이 이 곳 나주 남평 출신에 그 아름다운 곡을 쓸 수 있던 배경이 지석강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솔 숲 강변의 반짝이는 금모래 빛과 강바람에 부서지던 물결소리에 그토록 아름다운 동요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그 솔숲을 거닐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곳은 지난날의 누추한 모습을 벗고 다시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복원되었으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이러한 멋진 공간에 나주의 예술인들이 자연과 예술과 사람의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의지의 몸짓으로 시도한 ‘솔향기 사이로’ 라는 예술 행사는 대단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을 하는 특정인들만이 누리는 문화가 아니라 예술문화의 풍부한 지역의 인적 자원을 총동원하여 시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꾀하고 사라져간 지석강 옛 명성을 되찾는. 거기다 지역의 환경단체와 힘을 합해 환경운동까지를 함께 전개한 이번 행사는 마음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며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의미가 대단히 크다 할 수 있겠다. 포스터 하나에서부터 길거리에 붙인 팸플릿 하나까지 이전과 전혀 다른 아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는 지역민들의 말씀 속에서 예술에 대한 목마른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문학과 음악과 연극과 연예 사진 국악 그리고 미술 등 각 예술 분야를 총망라한 지역 예술인들이 총 출동하고 우리들에게 사랑 받고 존경 받는 국내 최고의 예술인을 모셔서 솔밭 길을 따라 솔향기 사이로 일상의 지친 삶의 묵은 때를 씻어 버리고 새로운 활력을 찾아 나설 수 있었던 이번 행사는 부족하나마 평생 글을 쓰는 일에서 벗어나 보지 못한 나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그 치열한 작가 정신에 고개가 숙여지는 소설가 한승원 선생님,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가슴과 가슴 속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를 노래한 무등 의 시인 문병란 선생님. 그리고 대학 강단에서 내게 문학이 무엇인지에 눈을 뜨게 해 준 큰 스승 문순태 선생님을 이런 열린 공간에서 다시 뵐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기쁘고 행복했다..

둘러보면 볼수록 솔숲과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곳, 물가에 앉아 한가로이 노니는 하얀새의 날개 짓이 바쁜 일상에 쫓겨 살던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위로와 여유로움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해주던 솔숲, 그 솔숲이 이제 우리에게 금빛으로 빛나는 예술 문화의 창조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쉼과 여유와 소통이 함께하는 곳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안성현 노래비 주변에 촌색시처럼 수줍은  봉숭화며 패추니아 등 한두 그루의 소박한 꽃모종과 주변 경관들을 가꾸는 손길이 행정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심은 것만이 아니라 지석강 솔밭을 사랑하는 주민들과 어느 퇴직 교장 선생님이시라는 말에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졌는지 모른다. 또한 휴일을 반납하고서까지 삼복염천에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기쁜 얼굴로 행사의 진행을 돕던 남평읍 공무원들의 정성과 남평의 각 사회단체장님들과 회원들의 열정적인 헌신도 행사를 빛내주는 큰 요인이었다. 그리고 농협 임직원들과 각 부녀 봉사회원님들의  배려와 수고로 며칠간의 행사기간 동안 단 한건의 사고나 불편함 없이 이번 행사를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이런 정성 이런 사랑이라면 이제 정말 뭔가 이루어 질수 있지 않겠나 싶은 그런 느낌이 와 닿는 것이다. 이 애씀, 이 배려 이 여름날들의 수고로움이 서로 어우러져 지석강 이 좀 더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그런 공간으로 다시 태어 날수 있기를 충심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