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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서민들의
눈물을...
논설위원 김노금
요즘의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제야 비로소 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 DJ가 정권을 잡았을 때도 그랬고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정권을 잡았을 때도 비슷하게 느껴오던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것은 크고 작은 모든 사안에 있어서 번번이 숫자적으로 우위에 있는 한나라당에게 발목을 잡히는 것이었고 별일이 아닌 것 같은데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언론을 도무지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애 터지는 심정 그런 것들이었다.
그 당시 오죽하면 이 나라 최고 언론인 조, 중, 동을 구독하지 말자는 운동을 펼쳤을 것이며 가장 서민적인 정치인이었다는 노무현대통령 조차
이들 신문을 눈에 가시처럼 대했을까 생각이 든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한나라당의 미디어 법안 통과는 정권을 잡는 이들에게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거대 여당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이용했던 거사임에 틀림없고 앞으로의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거머쥔 셈이다.
어쨌거나 우리들의 고매하신 의원님끼리 멱살잡이를 하면서 옷이 찢기고 피를 흘리는 난투극을 펼치느라 의원님들도 힘드셨겠지만 내 손으로 뽑은
선량들의 그러한 고통을 두 눈으로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도 고통스럽고 참혹한 심정이기는 일반이었다.
또한 언제나 지성적이고 이지적인 모습으로 한 점 흐트러짐 없이 단아하기 이를 데 없는 자태로 국회의원석에 앉아계시던 여성의원님들끼리의
육탄전도 평생에 한번이나 볼까 말까한 기막힌 코미디였다. 아마도 헌정사상 거의 처음인 이 육탄전 사진은 TV는 물론 여러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와서 많은 이들의 입살에 오르내렸다. 이일은 61년 만이었다는 개기일식 날 있었던 일로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사건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러고도 또 회기가 끝나면 갖은 명목을 붙인 국가의 막대한 예산을 온갖 제목과 구실을 갖다 붙여서 해외 선진지 시찰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희희낙락할 것임이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기에 그 볼썽사나운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더욱 고역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막강한 대 자본을 소유한 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 여부는 언론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국민여론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편중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대단히 크다. 때문에 앞으로 어떠한 특별한 사안에 대해 다수의 여론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이는 극소수의 여론
주도층이 의도하는 바대로 여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의 격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된 미디어법으로 인해 이 법안을 밀어붙인 한나라당은 과연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난리를
쳤으며 앞으로 어떤 이해득실이 있을 것인가.
앞으로 정국은 이보다 더욱 극한 대치가 있을 것이며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비정규직법이나 서민들을 위한 이자제한법은 미디어법 강행 처리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 때 거대 언론이 조금만 호의적으로 여론을 형성해 주었더라면 국정을 이끌어가기가 조금은 덜 어려웠을텐데라는
아쉬움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 이 정부는 아마도 지금의 집권을 아예 고착화 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나하는
마음이다.
수십 년간 권력을 향유해왔던 세력들이 느닷없이 두 번이나 권력을 뺏기고 보니 그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까? 권력은 이 손안에 있다며 당연하게
누리기만 했던 권좌에서 밀려나보니 그 서러움 과 목마름이 뭔지를 알았던 것 같다. 수십 년간 각종 고급정보를 공유하며 부와 권력을 안겨 주었던
여러 정부 요직에서 밀려나 흘린 통한의 10년 세월이었을 것이다.
공공연히 빼앗긴 10년 세월 빼앗긴 정권을 운운하는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자신들만이 누려야하는 권력을 남에게 통 째로 뺏겼던 서러웠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 오늘과 같은 사태를 몰고 온 것 같다.
격렬한 몸싸움과 온갖 기상천외한 추태를 모두 다 동원해서 처리한 미디어법인만큼 이제 정부와 여당은 올바른 국정 운영의 궤도를 바로잡아 이
나라가 정상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 가기를 주문한다.
비정규직의 서러운 눈물과 비싼 고리채 이자에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이어가는 이 땅의 서민들의 삶, 그리고 땡볕에 나가서 일하느라 곯을 대로
곯은 삭신으로 영농비와 농약 값은커녕 아이들 하루 아르바이트 수고비에도 못 미치는 푼돈 벌기조차 힘든 이 땅의 서러운 민초들의 피눈물을 닦아줄
그러한 정책이 있어지기를 빌어본다.
미디어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그토록 죽기 살기 식으로 밀어붙이던 그 열정과 그 투지력이라면 서민들 눈물 닦아주는 정책 같은 것은 당신들에게
있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지 아니 한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