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별점(星占)으로 길일을 택하는 풍습이 있다. 한국에도 옛날부터 혼인에 있어서는 궁합(宮合)을 보고 택일을 한 풍습이 있어왔다. 궁합은 혼인할 남녀의 생년월일과 시간을 음양오행에 맞추어 부부로서의 길흉을 예측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인데, 과거에는 궁합이 나쁘면 혼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쪽물과 옷감 간의 궁합은 어떨까? 쪽물 염색이 잘 되는 옷감들은 무명, 삼베, 비단, 모시 등과 같은 것들이고, 화학섬유에는 염색이 잘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쪽물과 궁합이 잘 맞는 섬유는 모시였다. 여름철에 모시는 깔깔하고 흡습성이 좋아서 옷을 입지 않은 것 보다 더 시원하다고 할 정도로 여름철의 귀한 옷감인데, 이 옷감에 하늘빛, 물빛의 쪽물로 염색을 하게 되면 입어서 시원하고, 보아서 시원할 정도로 금상첨화였으며, 최상의 궁합이었다. 
 

▲ 장홍기 관장

쪽은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많지는 않았지만 한국 각지에서 생산되고 염색에 이용되었다. 그 중 남부지방인 전남 나주시를 중심으로 한 영산강 유역에서 특별히 발달하였다. 쪽이 고온 다습한 조건에서 잘 자라고, 일조량이 풍부해야만 좋은 염료가 많이 생산되는데, 영산강 유역은 남쪽지방으로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으며, 토양에 수분이 많아 쪽 재배 적지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쪽물(쪽염료) 만드는 방법은 상당히 복잡하다.
 
쪽물을 만드는 방법은 ① 꽃이 피기 직전의 쪽풀을 베어 항아리에 꽉 눌러 담고, 물을 가득 부어 놓고 뚜겅을 닫아 둔다. ② 1-2일이 지난 후 청색 색소가 우러나오면 쪽풀을 건져 낸다. ③ 그 액에 석회(石灰) 가루를 넣고 휘저으면 석회의 흰 가루가 쪽의 청색 색소를 머금고 가라앉는다. ④ 하루가 지난 후 웃물을 따라내면 밑에는 진흙 상태의 청색 색소 앙금이 생기는데, 이것이 청색을 물들일 수 있는 원료가 된다. ⑤ 쪽 색소(니람)에 4-5배 가량의 잿물(쪽대, 콩대, 명아주대, 찰볏짚, 메밀대 등)을 섞는데, 잿물의 농도는 pH 10.5-12.0 정도로 한다. ⑥ 쪽 색소에 잿물을 섞은 다음 잿물의 온도는 30℃ 정도를 유지하고 하루에 3-4회 젓는다. ⑦ 쪽색소에 잿물을 넣고 7-15일이 지나면 표면에 얇은 필름과 같은 청색막이나 청색거품이 생기면 염료가 만들어 진 것이다.
 
쪽물을 염색하는 방법은 발효시켜 만든 쪽물을 마른 천이 푹 잠길 정도로 그릇에 옮겨 담는다. 그 다음 그냥 담가 놓기만 하면 얼룩이 생기므로 천을 살짝 움직이면서 5-20분간 염색한다. 염색한 후에는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널어 말리고, 진한 색을 원할 때는 염색을 해서 건조한 후 같은 방법으로 반복하여 염색한다. 보통 모시는 4-5회 염색 한 후에 건조한다. 원하는 색으로 염색을 했으면 30℃의 따뜻한 물에 30분정도 담가 두어서 잿물을 뺀다. 잿물을 완전히 빼지 않으면 나중에 천이 삭고, 색도 퇴색이 되므로 잿물은 몇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빼준다.
 
쪽물염색은 염료의 제조가 어렵고 많은 노력이 들긴 하지만 쪽물을 들인 옷감은 귀한 청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천이 달아 질 때까지 색이 바래지거나 빠지지 않았으며, 벌레 등이 붙지 않는 등 좋은 점이 많다. 옷감뿐만 아니라 이불호청, 가리개 등의 모시섬유에 많이 이용되었는데, 어느 것이나 쪽빛으로 물들인 옷감을 통해 수 천년을 이어오는 아름다운 색감과 전통 그리고 쪽이 갖는 기능성을 경험해 보고, 느껴보는 행운을 누려 볼 수 있다.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관장 장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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