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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둥지
논설위원 김노금
아름다운 계절 오월이라고들 하지만 분주한 일상 속에서 계절을 잊고 살았는데 한층 푸르러가는 나무 그늘에 앉아 나 혼자만의 축복과도 같은
오월을 호흡한다. 연녹색의 윤기 나는 이파리와 이름모를 새들이 우짖는 지저귐의 향연 속에 시끄러운 차량의 정적소리와 생활의 소음들도 모두 저편의
소리들인 냥 멀리서 아득하게 들릴 뿐이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내게 이러한 시간과 쉼터를 갖게 해준 나무를 올려다본다. 아름드리
나무의 몸집이 제법 실하고 굵어서 지나온 세월의 연륜을 읽을 수 있다.
누구의 손길이었을까!
그 옛날 어떤 이의 의도적인 식목이 수수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이처럼 아름답고 복된 은혜로운 자리를 마련케 했을까 생각해 본다. 또
매연과 혼탁한 공기가 이미 나무의 생장에 많은 장애요인이 된다는 심각한 보도를 자주 접했는데 어쩌면 이리도 청정하게 자라서 제 몫을 다해내는가
싶어 자못 경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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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위원
김노금 |
| 그 긴 세월 동안의 고난은 얼마나 눈물겨운 것이었을까?
그 옛날 여기 이 자리에 심기워진 그날로부터 나무는 저 혼자서 얼마나 많은 남모르는 성장의 노력을 기울였을까 싶다.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고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심은 이의 의도대로 자라나는 나무되기 위하여만 인내하고 살아온 세월들이었을
것이다.
시원한 그늘로 질푸른 이파리로, 또 오가는 이들의 정겨운 친구 되기 위하여, 여기 이 자리의 나무되기 위하여 쉼
없이 묵묵히 모진 바람과 뜨거운 태양 빛 아래서조차 시멘트 도심 밑바닥을 꿈틀대며 성장의 몸짓을 쉬지 않았을
것이리라.
숲 사이로 노닐며 지저귀는 새들의 지저귐도 저들 나뭇가지의 살랑거리는 몸짓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한 것이었을까?
또 저들은 어디에나 자신들의 보금자리 둥지를 틀 것인가?
일상을 떠나 나홀로 고요히 앉아 내면의 소리를 들으며 사물을 바라보며 침잠의 시간 속에 몰입해 볼 수 있음이 감사하기만 하다. 고난의
세월을 살아왔으되 말없이 자라온 나무의 성장 앞에서 나는 비로소 겸손해진다. 세상과 타협하며 쉽게 좌절하며 방향감각 없이 흔들리며 살아온 모습의
나를 바라본다.
1남2녀의 자녀를 키워오면서 말로는 전인격적인 성숙한 자녀로 키운다 하면서도, 받기보다는 주면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키운다 하면서도, 늘 한두 개의 문답식 점수에 연연하고 내 자녀만큼은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아집을 버리지 못한
부끄러운 부모였다. 매사에 나태하고 부족한 아내를 30년 세월이 다돼 가도록 변함없는 사랑의 눈빛으로 지켜주는 성실한 남편에게는 늘 변덕스러운
아내였다. 정상적으로는 한 계단 한 계단 그리 늦지 않게 성장해 가는 그의 직장생활에 감사하면서도 때로는 남과 비교하여 그를 곤혹스럽게 하기
일쑤였고, 보석이니 진주니 하면서 투정을 부려 남편을 절망스럽게 했던 탐욕스런 못난 아내의 모습이 왜 이리 초라한 모습으로 와
닿는지......
한 그루의 나무가 자신이 서 있는 곳, 그 터전을 감사하고 그 보금자리에 자신의 둥지를
틀고 인내해 온 세월이 있음으로 해서 그 그늘로 그 푸르름으로 많은 이들에게 유익을 주듯이 나도 나의 보금자리, 내 가정 내 둥지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작은 진리를 터득한 소중한 기억을 내 생의 갈피에 끼워놓고 이제 내 삶이 조금씩 힘들어질 때마다 오늘의 이 다짐을 기억하며
살아야겠다.
일가족의 사랑과 행복이 숨쉬는 곳-.
전쟁터와 같은 생의 현장에서 돌아와 찢기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고 거기서 또 내일의 삶을 창조해 내는
곳-.
가정은 어떤 의미로 보든지 둥지라고 표현할 수 있는 곳일 것이다. 그리고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때에 가정이야말로 교육의 장이 아니겠는가?
참는 것, 인내하는 것, 사랑하는 것, 용서하는 것, 절제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세상을 더욱 밝게 하는 요인들이고 개개인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삶의 훈련은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할 곳이며, 가정의 주인인 부모의 생활모습에서부터 비롯되어져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순풍이 불어도 돛을 올리지 않아 제자리를 맴돌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역풍을 이용해서라도 목적지까지 배를 이끌어 가듯이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아름다운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 것이며, 나의 내면을 나의 가정을 어떻게 갈고 닦아야 할 것인가를
깊이 깊이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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