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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강산에
화려한 벚꽃
논설위원 김 노 금
이런저런 의혹이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다른 정치인들보다는 깨끗했을 것 이라고 믿어왔던 노 전 대통령의 비리가 계속 불거지던
날은 참으로 참혹한 심정 이었다.
거기에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켰던 후소샤 교과서에 이어 또 하나의 우익 교과서가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나온
출근길은 왠지 심란함 그 자체였다.
개화기에 비가 안와서인지 오래도록 활짝 피었던 벚꽃이 그날따라 따뜻한 봄바람에 날려 꽃비로 내리는데 평소와 달리 꽃잎이 유난히 신경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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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위원
김노금 |
| 이번 지유사(自由社) 교과서에는 임나일본부설을 공식 인정하고 신라와 백제가 일본에 조공을 바친 것으로 기술되었다고 한다. 더욱 기막힌 것은
한일 병합은 정당하며 국제 사회도 이를 인정 했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창씨개명과 징용은 전혀
강제성이 없는 것으로 기술 됐다니 이쯤 되면 사과와 회개는커녕 역사왜곡 수준을 진즉 넘어선 파렴치에 가까운 망동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다 의병활동 등 한국 내 저항과 반발은 거의 축소 됐다는 전언이다.
고대 한일 관계를 자기들 편리할 대로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그렇고 제국주의적 행태를 미화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 하는 것도 늘
해왔던 작태이기는 하나 참으로 뻔뻔하고 낯 뜨거운 저들의 억지 앞에 우리는 억장이 무너진다.
우리 나주인 들에게 있어 의병장 김천일 장군의 전설 같은 결사항쟁의 혼은 아직도 가슴에 살아있는 이야기 이고,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의 활약은 초등학교 어린 학생들 까지도 잘 알고 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광주 학생운동의 시발점인 주 무대가 나주역의 나주발 광주행
열차였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는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선조들의 피의 항쟁으로 되찾은 우리들의 역사를 우습게 만드는 것을 과연
이대로 묵인하고 넘어가야 되는지 묻고 싶다. 또한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어 미래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 없다는 정치권의 대응은 과연 옳은 것
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답답하고 무거운 심사로 하루 일과의 마지막 코스인 다도를 거쳐 산포
쪽으로 접어드는데 좁은 도로변에 “나라꽃 무궁화 심고 이름표 달기”라는 프랑카드가 걸려 있었다. “나라꽃 무궁화..”“그 마을만이 갖는 작은
행사일까?” 나라꽃 무궁화라는 큰 타이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진 도로변에 걸린 그 프랑카드는 온갖 꽃 소식이 난무하는 이 계절에 너무나도
작고 초라하게 느껴져 쌩뚱맞고 초라하기 그지없었지만 묘한 광채에 기백이 넘쳐 나는 것 같았다.
남의 자식은 넓은
아파트에 고급 승용차에 잘만 사는데 고이 길러 시집보낸 딸이 고생하고 힘들게 살 때 갖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안쓰럽고 먹먹한 심정으로
그 비슷한 프랑카드를 찾으려 농협 앞으로, 오거리로 차를 몰아보았으나 어디에도 그 내용을 다시 확인할 만한 것은 걸려있지 않았다.
올 봄에도 벚꽃축제를 비롯한 할미꽃 축제부터 시작하여 네덜란드의 꽃이라 불리우는 튤립축제까지 그 꽃 이름들을 다 열거하기 벅찰 정도로 숨
가쁘게 꽃 잔치를 벌여왔다. 각 지방자치 단체는 꽃 축제를 통해 사람을 끌어 모으려고 실로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고도
들었다.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자리 잡은 것은 일제 침략기라는 설이 유력하다. 민족적 위기를 맞아 선구적
지식인들과 반일파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에 의해 무궁화가 한 민족의 얼을 상징하는 꽃으로 부각되자 일본도 한국의 국화로 여겨 배척의 대상으로 삼고
탄압을 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본에 의해 철저하게 배척당하고 무시되어 지면서 잊혀져 가던, 우리
또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 무궁화 꽃을 다시 살리려는 노력이 내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음에 큰 위로와 자긍심을 가져 본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신 삼천리강산에 화려한 벚꽃이 우리를 나른하게 하는 이 봄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전직 대통령 사건과 일본의 역사 왜곡
소식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곰곰이 헤아려 볼 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