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도 무(無)! 올 때도 무! 항상 무 하세요!
진정한 선승, 호탕한 법문으로 세상을 흔든 큰스님

야간 통금이 있던 시절 방범순찰을 하던 경찰관이 밤길을 가는 행인을 보고 누구냐고 묻자 “중대장이다”라고 즉각 답했다. 순경이 다가와 “아니, 스님 아니시오?”라고 하자 “그래, 내가 중의 대장이지! 맞지?”했다. 이 일화의 주인공이 춘성((春城?1891～1877)스님이다. 또 하나 춘성이 강화도 보문사에 있을 때 당시 육영수 여사가 찾아와 인사를 하니 춘성은 “뽀뽀나 하자”고 달려들었다. 나중에 육 여사의 생일에 청와대로 초청을 받아 고관대작들 앞에서 법문을 하게 됐는데 춘성은 주장자로 법상을 한번 내리치며 일갈했다. “오늘은 육영수 보살이 지 에미 뱃속에 들었다가 ‘응아’하고 보X에서 나온 날이다.” 이처럼 법문 때에도 거친 육두문자를 서슴지 않고, 헐벗은 이를 보면 입었던 옷을 모두 벗어주는 등 기행(奇行)으로 잘 알려진 춘성 스님의 일대기를 정리한 평전 《춘성-무애도인 삶의 이야기》가 나왔다.

근세에 파격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스님을 꼽으라면 단연 춘성 스님일 것이다. 그러나 생전에 “나에 대한 일체의 그림자도 찾지 말라”고 한 춘성의 뜻 때문에 그의 생애는 소문과 전설로만 전해져 왔다. 이에 김광식 부천대 교수가 문헌, 증언, 일화를 통해 처음으로 춘성의 생애를 정리했다.

1부 〈일대기〉에 이어 스님과  인연이 있었던 이들이 전하는 2부 〈내가 만난 춘성〉, 3부 〈일화로 만나는 춘성〉으로 구성된 책을 보면 춘성 스님은 스승인 만해 한용운 스님을 극진히 모시는 효심 깊은 제자요, 이미 30대에 불교경전공부의 경지에 이른 강사이자 당대의 선승(禪僧)이다. 그는 만해가 3·1운동으로 인해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를 때에는 절에 땔감이 가득해도 “스승이 왜놈들한테 붙잡혀 추운 감방에서 떨고 계시는데, 그 제자인 내가 어찌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겠느냐”며 냉방 생활을 자청하며 옥바라지를 했다. 옥중의 만해가 휴지에 적어 돌돌 말아 건넨 그 유명한 ‘독립선언의 서’를 감옥 밖으로 빼내 전국과 해외까지 전파한 것도 춘성 스님이었다.

춘성은 근대불교, 현대불교의 격랑의 중심지에서 승려로, 수행자로, 망월사 주지로 그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자유인이었다. 그리고 한용운의 상좌로, 백용성과 함께 『화엄경』 사상을 웅변적으로 전하였던 화업법사로, 덕숭산 끝자락에서 장좌불와하였던 고집스런 수행자로, 시대의 선승 만공 화상에게 지독스럽게 참선수행을 하였던 간화선 수행자로, 도봉산 망월사에서 수좌들을 매섭게 지도하였던 어른으로, 서울 시내의 저자거리에서 부처님 말씀을 원색의 언어로 전하였던 스님으로, 수많은 보살들을 부처님 세상으로 이끌었던 큰스님이었다.

그는 입적을 앞두고 “열반에 드신 후에 사리가 나올까요, 안 나올까요?”라고 묻는 후학에게 “필요 없다”고 했고, 다시 “사리가 안 나오면 신도들이 실망할 터인데요”라고 묻자 “씨X놈의 자식, 신도 위해 사나?”라고 일갈했다고 한다. 그는 입적 후에도 절대로 사리를 찾지 말고, 비석과 부도는 세우지 말 것이며, 오직 수행에 힘쓰라고 당부했다.

투철한 수행과 일반인의 눈에 특이하게 보이는 기행으로 한 생을 살다간 그를 보내는 날 밤, 명진 스님을 비롯한 후배 선승들은 다비식장에서 그가 생전에 즐겨 불렀던 ‘나그네 설음’ 등을 부르며 그를 떠나 보냈다고 한다.

그는 ‘걸망에 죽비 하나, 빼놓은 틀니 하나, 주민등록증, 그리고 빤스 하나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난 무소유의 실천자였다. 60년대 도봉산 망월사에서 6년 간 춘성을 시봉한 뒤 많은 선지식을 봐온 서광사 주지 수명 스님은 “근래에 우리가 말하는 큰스님들은 제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대부분은 대접을 받고, 독방에 보약을 쌓아 놓고서 사셨지만 춘성 스님은 평생을 독방을 가지 않은 체 대중들과 똑같이 큰방에 살며 수행했다”고 전하고 있다.

덕숭 총림 수덕사 우송 스님도“그 어른이 살았던 행적은 결코 지워버릴 수 없어. 꺼지지 않는 불길이지. 춘성 스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거기에 뜻이 있어요. 내 평생 그런 인상을 받은 분이 없어요. 저는 금오 스님도 모셔 보았고 그밖에도 전강, 동산, 설봉, 향곡 스님도 모셔 보았지만, 그런 인상은 받지 못했어요.”라며 춘성을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