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슬러도 보고 구슬려도 보고』

새 검찰총장은 조직을 잘 추스려야 한다.
수능 시험에 앞서 마음을 잘 추스려야 한다.
고물이 된 몸을 어떻게 추스려야 할지….

많이들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일 따위를 수습하여 처리하다'는 뜻으로는 '추스리다'가 아닌 '추스르다'라고 써야 한다. 기본형이 '추스리다'라면 '추스리고, 추스르는, 추스르니, 추스려, 추스려라'로 활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추스르다'가 기본형이므로 활용을 '추스르고, 추스르는, 추스르니, 추슬러, 추슬러라'로 해야 하는 것. 그러니 보기글의 '추스려야'도 '추슬러야'라야 옳다.

'추스르다'에는 이 밖에 '추어올려 다루다'(바지춤을 추스르다)와 '몸을 가누어 움직이다'(몸을 추스르다)라는 뜻도 있다. 비슷한 표현 가운데 '추슬르다'가 있지만 이것 역시 '추스르다'의 잘못이다. 또 '추슬리다'는 북한에서만 쓰는 말이다.

한편 '추스르다'와 닮은 꼴 가운데 잘 틀리는 말로 '구슬리다'가 있다. 그럴듯한 말로 꾀어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의 이 말을 흔히들 '구스르다'라고 쓰는데, 옳은 표현은 '구슬리다'이다. 그러므로 '을러도 보고 구슬러도 보고 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에 나온 '구슬러도'는 '구슬려도'라야 제대로 된 표현이다.

사실 '구슬리다'에는 조금 좋지 않은 어감도 있지만, 설명하고 대화하기보다 큰소리를 먼저 내는 요즘에는 오히려 설득의 미학 같은 게 느껴져서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