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성범)가 지난 9일 관련 전문가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기념물 87호인 나주 회진성 시굴조사 성과를 공개했다.

회진성은 1984년 측량도면이 학계에 보고된 후 86년 전남 지방기념물 87호로 지정됐고 1994년 전남대학교 박물관에서 남문지(추정) 발굴 및 성내·외부지역 일부 시굴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회진성의 성격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학술적 논란이 계속되어 오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회진성의 성격규명과 장기적인 보존·관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06년부터 조사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이 계획에 따라 남쪽 성벽과 동쪽 성벽 일부를 포함한 성벽구간과 내부 일대에 대해 지난 9월부터 제3차 시굴조사를 벌인 결과, 성벽을 어떤 방식으로 쌓았는지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조사결과 성벽은 크게 기단석렬(基壇石列)과 영정주(永定株)라 일컫는 나무기둥, 중심 토루(土樓, 흙을 쌓아올린 부분), 보축(保築) 토루(흙을 덧댄 부분)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흙은 한켜씩 차곡차곡 다지는 판축(版築)기법을 동원했다.

성벽은 기저부(아랫부분) 너비 6.6∼7.7m, 잔존 최고 높이 약 4m로 현재까지 확인된 길이는 200m 정도다. 성벽 기저부 안팎은 성벽 흙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각 돌로 쌓아 마감하고 일정한 구간마다 영정주를 박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정주는 두께 20cm 가량 되는 각목을 이용했으며 이들 간격은 320∼340cm로 조사구간에서는 5곳이 확인됐다.

문화재연구소는 "성벽 일부 구간에 대한 시굴조사 결과 성벽 구조로 볼 때 처음 쌓은 연대는 9세기 초반으로 볼 수 있으나, 기저부 내부에서 비록 파편 형태이긴 하지만 백제계로 추정되는 기대(器臺, 그릇받침) 조각과 같은 토기가 더러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사비시대 백제가 쌓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성벽 바깥쪽의 비교적 안정된 와적층에서 고려시대 어골문(魚骨文) 기와편과 청자 편이 출토된 점으로 보아 고려시대까지 회진성이 성곽으로 기능을 유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자료제공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