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정에서 김려와 정언복, 홍재대, 홍약한 등은 우정이 두터워 서로 차운작시(次韻作詩)한 글리 적지 않았다.

그중 정언복(鄭彦復)은 나주정씨 정상(鄭詳)의 후손으로 그가 김려의 용암시(龍庵詩)에 차운(次韻)하고 김려 또한 정언복의 시에 차운하였다. “김려는 치옹(癡翁, 김려의 호를 일컬음)이 경영하던 해애와(解愛窩)에 나아가 그를 두고 ‘白年身世任閒閒(백년신세임한한)’이라”하면서 치옹(癡翁)의 시에 차운하고, 또 치옹(癡翁)의 죽었을 때는 이를 애탄(哀歎)하는 만시(挽詩)를 쓰기도 했다.

김려는 또 용암에 살면서 용산가(龍山歌), 귀거래사(歸去來辭), 지지가(知止歌) 등 시조(詩調) 3수(首)를 지었다. 그의 원문을 들면 다음과 같다.

용산가(龍山歌)

龍山에 눕고눕고 백운(白雲)이 깁고깁다
줄업는 거문고를 뉘아라 들을 손야
주어라 낙화만전계(洛花滿前溪)하니 세상알까 하노라

귀거래사(歸去來辭)

추풍(秋風) 늦기나 손니 일곡장가(一曲長歌) 무삼일고
길고긴 칼타는 소리 식무어탄(食無魚歎)이로다
두어라 세상이 하 요박(?薄)하니 귀거래사(歸去來辭)나 을퍼보리아

지지가(知止歌)

선만황조(線蠻黃鳥)여 지우구우(止于丘隅)로다
어지(於止)에 지기소지(知其所止)하니 가이인(可以人)이 불여조호(不如鳥乎)아 택불처인(擇不處仁) 언득지(焉得智)는 공자리라신 말삼 안니가 두어라

위 시조는 이병수(李炳壽)가 편한 孝子金公旌閭上梁文(효자김공정여상양문)과 함께 「瑞原聯稿(서원연고)」 건(乾)의 부록에 맨 끝에 덧붙여 있다.

용산가(龍山歌) 1장에서 그는 그가 은거(隱居)하고 있던 문평면 소재 백용산(白龍山)과 깊고 깊은 그곳의 백운연하(白雲烟霞)를 두고 노래했고, 2장에서는 백아절현(白牙絶絃)의 고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음지간(知音之間)이 없음을 노래하였다. 그러나 낙화(洛花) 가득 차서 흐르는 시내, 속인(俗人)이 알까 걱정스럽대는 것은 終章(종장)의 내용이다.

무릉도원과 같은 선경(仙境)에서 은거하는 자신의 풍류생활을 읊은 것이 이 용산가이다. 용산가의 이같은 내용은 김려의 용암제영(龍庵題詠) 중 다음과 같은 시상(詩想)과도 흡사하다.

龍山에 들어 산이 깊지 않을까 두렵더니
승구(勝區)의 추월(秋月)은 속정(俗情)을 씻는 구나
바람에 날리는 낙화(洛花) 아희나려 줏도록 하였지만
속인이야 어찌 냇물을 좇아 찾아올 수 있으랴

시옹(詩翁)은 늙도록 산중사(山中事)만 몰두하니
문득 속세의 나그네 놀까 두렵다
백운(白雲)은 자욱하여 매양 초옥(草屋)을 쌓고 들며
승구(勝區)의 연월(烟月)은 이몸을 서성거리게 한다

이같은 시정(詩情)에서 김려는 자신의 술회시(述懷詩)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