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관광은 국가사랑 전파 역할 하기에 충분

예쁜 한복을 차려 입고 목청을 돋워 설명해주는 화장기가 하나 없는 북측 관광 안내원의 진지한 안내 해설에 따라 고려 시대의 이모저모를 돌아보다가 옥내 전시실의 마지막 코스인 공민왕릉 석실을 재현한 곳을 들어갔다. 석실 주변의 고려의 벽화를 설명하고 한쪽 모서리 끝으로 벽화가 지워지고 금이 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일제가 폭파하고 유물을 도굴해간 흔적이라고 한다. 이제 남북이 통일되어 힘을 기른 뒤 도굴해 간 문화재를 반환 받아내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었다.

옥외엔 현화사칠층석탑, 현화사비, 불일사오층석탑, 개국사 석등 등 문화재들과 고려시대 개경을 다스리던 관리가 머물던 고려유수영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비록 용산의 국립박물관을 생각하면 한참 부족한 박물관이긴 하지만, 북측에 있는 고려문화재를 실물로 볼 수 있는 고귀한 기회였다고 할 수 있었다. 박물관 바깥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과 반대편에 우표전시관도 북의 생활상을 보는데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되어 두루두루 살펴보고 못 내 아쉬움을 뒤로한 채 군사분계선에 도착해야 시간을 맞추어서 가야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우리민족의 미래에 대해 잠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관광지라고 해야 어디를 가나 비슷하겠다고 생각되지만 개성 시민의 일상을 먼발치에서 나마 볼 수 있었다는 게 이번 개성관광의 가장 큰 의미였다고 할 수 있다. 한 민간 기업가의 노력으로 일궈낸 개성공단과 개성관광이 남북통일의 초석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이제 시작은 되었는데 과연 어떠한 과정을 겪고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북한을 그냥 우리와 상관없는 지역으로 무관심하게 바라보기에는 너무 안타깝게 생각되고, 우리와 너무 똑같고 핏줄을 나눈 한 형제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함께 통일되어 하나로 살아야 한다. 북한 안내원이 차 안에서 부른 “고향의 봄”이나 “찔레꽃”처럼 우리는 서로 공유하는 게 너무 많은 한 민족이다. 같은 하늘 아래 비슷한 자연환경을 누리며 살고 있으며 무엇보다 함께 지켜나가야 할 오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정몽주는 고려에 학자이며, 정치가로서 충절을 지키느라 목숨을 바쳤기에 조선 초기엔 이를테면 역적일 텐데도 오랜 세월이 지나갔어도 조선 중기 이후 왕들은 어쨌든 충절을 교육하고 가르치는 데는 도움이 되는 표본으로 생각하여 정몽주 관련 유적을 널리 선양한 것 같다. 그리고 "봉건"을 타파하려는 쪽인 북쪽 역시 봉건적인 충절이란 표현은 쓰고 있지만 정몽주 관련 문화유적을 열심히 관리하고 있는 걸로 봐 충절은, 북측의 자존심의 표상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지 않은가 생각되었다. 충절은 적어도 한반도에선 시대를 초월한 가치인 셈이다.

이제 남측의 옥수수 빵이나 북측의 옥수수 빵이나 우리를 안내했던 북측 관광 안내원 역시 우리와 별 다른 게 없어보였다. 군사분계선을 지나면서 철새들은 경계 없이 마음대로 드나드는데 언제까지 우리는 관광버스에 실려 목에 관광증 차고, 하나라도 일탈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남?북측 안내원들의 초조함을 지켜보면서 일정에 쫓겨 떼거리로 몰려 다녀야만 하는지 아쉬움이 너무 많지만 다시 보고픈 깨끗한 그곳에 철새들처럼 정말 자유롭게 가고 싶다.

남북통일의 기초를 다지는데 경제교류가 물고를 텄으니, 이제 역사, 문화, 과학 등 민간부문의 교류가 지속되고 강화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일을 앞당기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은 삶의 생활 기반을 확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져 이 부분에 있어서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해 보였다.

끝으로 가슴 한편에는 남북통일의 가능성과 꿈을 안고, 다른 한편에는 아픈 마음을 담고 돌아온 개성관광은 국가사랑의 전파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남북이 신뢰를 쌓아 가는 하나의 작은 사업의 시작인 개성관광을 모두에게 꼭 권하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