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코시가 뼈채썰기?』

부경대 조영제 교수가, 횟집에서 흔히 쓰는 일본말 열여섯가지를 우리말로 고친 포스터 3천장을 만들어 부산과 경남지역 횟집에 나눠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구로, 아나고, 와사비, 하모'를 '참치, 붕장어, 고추냉이, 갯장어'로 고치고 사진도 함께 실은 이 포스터는 제목도 시사성 있게 <독도는 우리땅! 생선회도 우리말로!>라고 했다. 사실 이런 일이야말로 우리말 바로쓰기 운동을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클 수도 있으니 기사를 읽는 내내 고맙고 반가웠다.

그런데 아쉽게도 옥에 티 하나가 있었다. '세코시'를 '뼈채썰기'로 순화했지만, 이는 '빼째썰기'가 옳기 때문. '-째'와 '채'는 전문가들조차도 헷갈리는 편이라서 신문에도 '뿌리째' 대신 '뿌리채'가 드물지 않게 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둘의 구별은 의외로 간단하다. 항상 그렇듯이, 알고 나면 더할 수 없이 쉽다.

'-째'는 '접미사'다.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대로, 전부'의 뜻을 더한다. 접미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채'는 '의존명사'다. '-은/는 채로' 꼴로 쓰여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의존명사이니 당연히 앞말과 띄어 쓴다.

이 정도면 헷갈리는 것도 거의 해결이 된다. 압축하자면, 앞말이 명사일 때 '-째'가 붙고 관형형일 때는 '채'가 붙는 게 원칙. 그러므로 '껍질째, 병째, 봉투째, 통째'이고 '손에 든 채, 미소를 띤 채, 기대앉은 채, 입에 문 채'로 쓰면 된다.

자, 부산 경남의 회꾼들은 혹시 횟집에서 이 포스터를 보면 '뼈채썰기'는 '뼈째썰기'로 받아들이며 술잔을 기울일일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