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진화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보릿고개로 먹고사는 문제와 연탄가스를 가장 위험한 것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2008년 한국인의 의식조사에서 90년대까지 사회 위험으로 생각하는 것은 태풍, 홍수, 교통사고 그리고 건물붕괴와 폭발사고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광우병이나 사생활침해, AI, 금융위기 등을 위험요소로 본다는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한국이 근대화를 극단적으로 실험한 나라로서 최첨단 정보사회의 영향이 중첩된 특별히 위험한 사회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응답자의 71.4%가 우리사회는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험은 실업과 빈곤, 먹거리 그리고 노후불안 순이었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갑작스러운 위험관리에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나주대 박상하 교수

지금 당장 나타나지도 않은 위험에 대해서 불안하고 위험스럽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우병이 실제로 발생한 영국 사람들보다 한국인이 훨씬 더 위험하게 느끼고, 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잦은데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하면 덜 위험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원자력의 에너지 사용을 적극 찬성하지만 자기 지역에 방폐장 건설은 압도적으로 반대한다. 또 다른 조사결과는 법대로 살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크고 빈부격차와 이념문제를 사회의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치관도 진화하고 있다. 

한국인의 가족과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연령이 낮을수록 결혼에 부정적인 반면, 이혼에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의 의사결정권은 남편보다 아내에게로 이동하고 있으며, 남아선호는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수준은 국민소득 2만 달러인 현재는 평균 56점, 하지만 국민소득이 그 절반도 안됐던 10년 전은 58.6점이었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험의 크기는 위해성에 분노가 합쳐져 결정된다는 심리학자의 견해에도  공감한다. 더구나 정부정책을 불신하고 위험을 발생시키는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을 때 위험은 증폭된다는 것도 일리가 있다. 이제 이런 위험은 한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환율, 유가, 황사는 모두 해외에서 수입되는 위험요소다.

환경문제는 한 국가가 조절할 수 없고 피해범위가 넓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하면 위험의 탈 국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리스크 관리를 특별히 관리해오고 있는 대표적인 조직이다. 서울시에서도 지난해 행정기관 중에서는 최초로 리스크관리 평가팀을 만들어 시민갈등과 지자체간 갈등 및 위험을 관리하는 부서를 신설했다고 한다.

급격한 사회환경 변화로 인해 위험요소가 커질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와 거래비용 역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이런 위험과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답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바로 도덕과 질서의 회복이며 윤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구태여 이론적으로 말하면 사회적 자본이다.
 
사전적 정의로 사회적 자본이란 낯선 사람들의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신뢰?호혜성의 규범으로 시민참여 네트워크에 의해 형성된다. 물질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과는 대비되는 것으로,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관계에 내재한 것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의 원천을 규범, 신뢰, 네트워크로 보는 견해가 있다.

우리사회가 위험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해도 사회규범과 도덕으로 신뢰를 구축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을 보이지 않는 자본이라 한다. 우리 사회가 자발적 결사체를 창조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즉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능력이라 정의하는 것은 과거 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 아름답고 선한 모습을 찾고자하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박상하(나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