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강동 사회복지사 김귀실

고려박물관 소박하고 순수하게 보존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 정몽주 관련 유적지를 살펴보았는데, 유명한 선죽교와 표충비, 崧陽書院(숭양서원) 등을 둘러보았다. 고려충절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선죽교는 개성시 선죽동에 있는 고려시대 개울가의 돌다리이다. 이곳에서 이방원은 고려 말 정몽주가 고려의 충신이지만 이제 새로 왕조를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된 정몽주를 고냥 둘 수는 없었습니다. 이방원은 정몽주를 죽일 결심으로 문병 후 돌아가는 정몽주를 조영규 일당을 보내 철퇴를 가하고 붉은 피를 흘린 핏자국이 지금도 돌다리 석재에 선연하게 보인 것이 그 때의 현장을 실감할 수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다리의 옛 이름은『선지교(善地橋)』였다고 한다. 정몽주가 피살된 날 밤 다리 옆에 참대나무가 났기 때문에 이름을 『선죽교(善竹橋)』로 고쳤다고 하는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대나무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선죽교에는 본래 난간이 없었는데 지금 있는 난간은 정몽주의 후손으로 1780년(정조 4년) 개성 유수로 있던 정호인이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게 하여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이다.

선죽교는 국보급 36호로 지정되었으며, 선죽교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별도의 돌다리가 놓여있어 두 다리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의의가 있었다. 좌측 측면에는 한석봉이 썼다고 전하는 『선죽교(善竹橋)』라고 쓴 비석이 있다. 또한 이 다리 주변에는 정몽주와 관련된 유적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숭양서원과 표충비이다. 사적 51호로 지정된 숭양서원은 정몽주의 집 자리에 세운 서원이다. 서원은 조선중기 이후 본받을 만한 유학자를 제사지내는 동시에 유학공부를 시켰던 일종의 사립학교이다. 숭양서원 사당에는 정몽주의 위패를 비롯한 조선시대 김육, 조익을, 우현보 등의 초상화가 모셔져있다.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1868)에도 불구하고 지방관이 철폐했다고 보고하고 그냥 남겨둔 덕분에 살아남은 역사가 비석에 새겨져 있었지만 글을 다 읽을 틈도 없이 다시 이동하게 되었다.

또 근처에는 조선후기 이후에 정몽주의 충절을 기리는 표충비 2개가 비각 안에 들어있는데, 북쪽 것은 1740년 영조가, 남쪽 것은 1872년 고종이 개성에 와서 그의 충절을 기린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북측 안내 표지판에는 거부기라고 되어 있으며, 그 거부기 위에 비가 세워져 있고 왼쪽에는 암컷과 오른쪽에는 수컷이라 하면서 사람들이 남자는 암컷의 코에 여자는 수컷의 코를 만지면서 소원 성취를 빌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안내원의 해설에 따라 이곳을 관광하는 모든 사람들이 만지고 지나가서 코에는 윤기가 나 있었다.

이제는 마지막 관광지인 고려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거창하게 꾸며놓고 포장하지 않은 채로 순수하고 소박하게 보존되어있어 남한의 유적지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었다.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다가는 도적들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특히 고려박물관은 국보급 진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어느 시골 학교의 전시관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관리상태가 허술하게 보였다. 원래는 992년 최고 교육기관으로 세운 국자감이 성균관으로 명칭이 바뀐 곳이다. 조선의 성균관과 구분하기 위해 고려성균관으로 불리는 이곳의 건물들은 명륜당, 대성전, 동재, 서재 등 건물들과 주변 넓은 별관들이 옥내·외 전시실로 사용하여 박물관이 된 곳이다. 국자감과 나이를 같이 한다는 오랜 세월을 상징하듯 천 년 수령이 넘는 아름 들이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의 쭉쭉 뻗은 모습을 보면서 들어가는 길도 운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