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구도 돌리지 못했던 12발 상모 공연

6발 상모를 누구든지 돌릴 줄 알았지만 당시 12발 상모를 돌리는 사람은 없었다. 경현리 농악에서 상쇠를 맡은 이주완은 경현리와 다도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12발 상모를 돌렸다.

이주완의 12발 상모 공연은 신의 경지 수준이었고, 그 광경을 지켜 본 많은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본 12발 상모 공연에 찬사를 보냈다. 며칠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돌아 이주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다도면 풍산리 일대를 비롯해 다도 전 지역과 나주 경현리(지금은 금남동에 편입)와 토계리(송월동에 편입)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노인, 그리고 농악에 관심이 있는 나주지역 노인들에게 이주완의 존재는 지금으로 말하면 최고의 인기 연예인이었다. 
 

▲ 이주완이 정읍농악대를 이끌고 전국대회에 나가 대상을 수상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왼쪽상모를 쓰고 꽹과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이주완이다.

1950-60년대에 이주완이가 상모를 돌린다는 소리만 들려오면 밥을 먹다가도 수저를 놓고 나왔던 연령이 지금의 60-70대들이다.

10-20대에 이주완의 상모 돌리는 모습과 그의 만담에 흥에 겨워 엉덩이를 들썩들썩 들어 올렸던 그들의 뇌리에 이주완의 12발 상모 솜씨는 ‘신의 경지’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60대이상 노인들에게 ‘이주완’을 아느냐고 물으면 5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서슴없이 튀어 나오는 말이 있다.

“12발 상모를 돌리는 것을 보면서 꼭 숨이 멎을 것만 같아”

“아마 전국에서 1등이었을 거야”

이주완의 12발 상모와 재담을 들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주지역 60대이상 노인들에게 이주완은 친구였고,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주완은 1948-9년도에 광주로 이사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악 패를 조직하여 활동에 들어갔다.

다도에 살 때는 농악이 생업(生業)이었다기보다는 둘째 형을 따라 다니면서 목수 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정월 보름에 여기저기서 초청해서 얻은 수입도 쏠쏠했지만 365일 일거리가 있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상모 돌리는 솜씨가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고 이주완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산포출신 강성수가 장구를 감질 맛나게 치자 그의 패거리들이 나주뿐 아니라 광주까지 유명해졌다. 그래서 이주완은 목수 일을 접고 본격적으로 농악 패를 이끌고 광주와 나주를 오갔다.

토계리 농악 상쇠로 출전해 1등 독차지

1950년대 후반, 나주에서 경현리 진동농악과 송월동 토계리 농악이 가장 실력이 뛰어났다.

당시 광주에 살았던 이주완은 나주에서 경연대회가 열리면 꼭 토계리 농악 팀으로 출전해 1등을 차지했다.

“주완이만 없으면 경현리 진동농악이 1등을 했을 텐데”하면서 진동농악대들이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주완이가 송월동 토계리 출신이 아니어서 진동농악대들이 항상 불만을 품었지만 그의 상모 솜씨에 넋이 나가 이렇다 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주완이 항상 토계리 팀으로 나온 이유가 있다.

그의 동생 이주남이 토계리 세월마을에 살면서 함께 농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 주남이 또한 큰 절과 집을 짓는 대목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항상 장구와 꽹과리를 옆에 두었다.

어려서부터 형의 영향을 받아 농악에 소질이 있었던 이주남은 토계리 농악대를 이끄는 장본인이었다. 그래서 매년 경연대회가 있으면 형을 불러들인 것이다.

나주지역 농악경연대회 뿐 아니라 전국적인 농악경연대회에서 두 형제가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올리기도 하였다.

지금도 토계리 세월마을에 60-70대 이상 노인들은 이주완 형제와 함께 농악대에 휩쓸려 정월보름날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풍물을 쳤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마을 회관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족이 광주에 살고 있었지만 이주완은 셋째 딸을 데리고 동생 집에서 며칠씩 지내다 올라가곤 하였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