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단과 전남시단을 대표하며 작시활동(作詩活動)

김종섭(金鍾燮)과 함께 쌍계정제영(雙溪亭題詠)으로 유명한 한시를 남긴 인물이 하동정씨 정봉채(鄭琫采)이다.

한시문(漢詩文)에 능한 정봉채는 금성음사(金城吟社)에서 시문활동을 하였다. 금성음사(金城吟社)는 한말(韓末) 금사(錦沙) 나도천(羅燾泉), 소암(小庵) 이규봉(李圭逢), 수월(水月) 정헌규(鄭憲圭) 등 나주의 명사들이 조직한 교양인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춘추에 금성산하(金城山下) 금강상(錦江上)에서 모임을 갖고 고례(古禮)를 강수(講修)하고 음영(吟詠)으로 아운(雅韻)을 즐기던 나주의 대표적인 계모임인데, 정봉채도 그 모임의 한 사람이다.

그가 선조(先祖)의 세적(世蹟)을 기리는데 화암공사적(花菴公事蹟) 또는 참봉공사적(參奉公事蹟)을 쓴 것도 하동정씨 종중(宗中)에서 존경을 받는, 한문(漢文)을 잘하는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인에 전하는 그의 시 한 수를 들면 다음과 같다.

세여상위총불간(世與相違摠不干)
한빈본분모노은(寒貧本分茅虜?)
천석처한녹누달(泉石悽閑?累達)
유시취취금풍월(有時取醉昑風月)

쌍계정 제영은 30여 명이 참여했으며, 그 중 남강(南岡) 김려(金礪)가 제영을 썼는데, 그는 1738년 「서원연고(瑞原聯稿)」라는 서흥김씨 선조의 저술을 합하여 엮기도 하였다. 김려 또한 쌍계정을 왕래하며 누정제영을 남기었다.

푸른 기와 층층 난간 반공(半空)에 솟았는데,
중수(重修)를 낙성(落成)하니 처연(凄然)함이 더욱하다.

아침 이슬의 햇살에 백년인물(百年人物)이 생각키고,
모연(暮烟)의 경개(景槪)에 천년문장(千年文章) 연상된다.

고각(高閣)이 중수(重修)되어 옛 모습 의연(依然)하니,
누정(樓亭)에서의 즐거운 놀이 연석(宴席)이 새롭구나.

감개(感慨)롭다. 예부터 비쳐오던 향리(鄕里)의 달,
앞못의 녹초변(綠草邊)에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제영은 병진년(丙辰年) 쌍계정중수연(雙溪亭重修宴)에서 즉흥적으로 읊은 누정시이다. 그는 이때에 자리를 같이하던 홍재대, 홍취대, 박동수, 이동협, 정태군, 정언복, 정언갑 등은 물론 홍대하, 나연일, 홍약한 등과 시적 교류를 활발히 하며 쌍계정을 무대로 하여 누정시 짓기를 즐겼던 것이다.

다시말해 肅?英(숙?영)대에 이들은 쌍계정시단(雙溪亭詩壇)을 중심으로 작시활동(作詩活動)의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는 당시의 나주시단(羅州詩壇) 내지는 전남시단(全南詩壇)을 대표하는 괄목할 시활동(詩活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려를 중심으로 한 구체적인 활동을 보면, 먼저 앞에서 말한 병진년 쌍계정 중수 때의 누정제영을 으뜸으로 들 수 있다. 그밖에 이들은 자주 자리를 같이 하며 시를 짓고, 또 차운(次韻)으로 시정(詩情)을 나누었다.

예를 들면 김려는 정사년(丁巳年, 1737년, 영조13년) 춘정월(春正月)에 그 동안에 갖가지 가내(家內) 액운(厄運)을 떨치고 노안면 금안동에서 이웃인 모계(茅界, 현재의 문평면 운봉리)로 이사를 하고 백산마을 위, 백룡산의 밑에 은둔하여 용암(龍庵)을 경영하며 물가의 반환(盤桓)하고 산하에서 소요(逍遙)하였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