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1만t을 산지폐기하기로 결정한 데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떨어진 배값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게 하기 위한 그야말로 고육지책이다.

대표 과일 중 하나인 배가 ‘최초’로 산지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가장 큰 이유는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이다. 기상여건이 좋았던데다 병해충도 감소하다보니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4만여t 늘어난 47만여t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다 추석이 일렀던데다 경기침체로 판매마저 신통치 않다.

산지폐기에 동참하는 배 농가들은 불만이 많다. 경영비에도 못 미치는 18㎏ 한상자당 8,000원의 지원금이 너무 적다는 것과 1만t을 폐기한다고 해서 과연 가격지지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 요지다.

물론 이번 산지폐기 지원금과 물량이 농가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원금으로 사용될 과실계약출하조정자금도 무한정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산지폐기에 참여하는 45개 지역농협이 그동안 적립한 금액은 11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번에는 적립액의 30％ 이내에서만 사용하기로 했다. 산지폐기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산지폐기가 수매와는 개념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농가 스스로 일정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시켜 나머지 물량의 가격을 지지해보자는 것이 산지폐기다. 정부 대책이 아닌 농가 자구책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산지폐기가 가격지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일선 실무자들이 사명의식을 갖고 폐기 물량을 정확히 시장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또 사회복지시설로 기증되는 물량도 다시 시장에 유통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신고품종 홍수출하

현재 우리나라 배 산업은 신고 품종 편중재배에 의한 홍수출하, 추석이 빠른 해의 맛없는 미숙과 출하에 따른 소비감소, 배를 이용한 기능성 가공제품 생산미흡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도 배 생산량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46만 톤이지만 추석이 9월 14일로 최근 5년 내 가장 빨라 미숙과 출하가 많았고 경기침체로 배 소비량이 둔화되어 배 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배값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미숙과 상태인 신고배는 추석 전까지 수출을 자제하고 품질이 좋은 조생종 배(원황, 황금, 풍수 등)만 수출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