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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강동사무소 사회복지사 김귀실
신라말기 송악지방으로 불리던 개성은 1,000년 전 고려의 500년 역사가 살아있는 수도로 지금은 북한의 영토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유일하게 방문할 수 있는 북한 내 관광지이기도 하다. 북측 땅을 직접 밟는다는 흥분과 설렘으로 서울에서 70㎞인 개성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의 나머지 반쪽을 드디어 직접 보고 만지고 품을 수 있다는 부푼 마음으로 전날 임진각역 부근 찜질 방에서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임진각역 근교 임진가든에서 조식을 먹고 첫 집결지인 남측출입사무소가 있는 임진각역(도라산 CIQ)에 도착했다. 여기서 현대아산 직원으로부터
개성관광을 위한 주의사항으로 첫째, 정해진 관광구역을 임의로 벗어나지 않도록 합니다. 둘째, 북측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삼갑니다. 셋째, 사진촬영은 정해진 구역에서만 가능합니다. 라는 내용을 교육받고 관광증 발권 및 출경 수속을 마치고 난 후 북측의 입경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긴장된 마음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착잡한 심정으로 약50분 정도 대기 후 드디어 개성관광은 시작되었다.
파주에서 10분 거리에 임진각, 자유의 다리를 지나 드디어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지난 해 10월 4일 밟으며 지나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출입사무소에 이르게 되었다. 북측 관광증 발권과 소지품 검사와 입경수속을 마치고 입경이 시작되었다. 우리 차에 동승한 북측 안내원은
3명이(두 명은 제일 앞좌석에 앉아 한 명은 관광지에 대해 해설을 해 주고, 한명은 옆에 앉아있고, 다른 한 명은 차 뒤쪽에 앉아 우리를
감시하는 듯했다.) 탑승하자 우리 모두는 박수로 크게 환영에 맞이했다.
북측 선도차에 의해 북녘 땅에 들어서자 긴장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너무나 쉽게 문이 열렸고 일행을 태운 8대의 버스는 마치 이
동네에서 이웃한 저 동네로 마실 다니듯이 자연스럽게 그 흉한 군사분계선을 지나갔다. 가는 도중에 오른편으로 남측 대성동 마을에 대형 태극기가,
북측 귀정동 마을에 인공기가 서로 마주보면서 펄럭이고 있는 모습도 꾀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처음 가보는 북측에도 남쪽과 똑같은 하늘과 산과
물을 지닌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남측 터전과 별 다른 게 없어보였다. 가옥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도 눈에 띠었다. 제복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가옥이 보이는 도로 입구마다 한 사람씩 초병의 자세로 눈을 크게 뜨고 서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인민들을 감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인민들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있다고 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성공단을 지나면서 북측 안내원이 개성공단은 총 2,000만평 : 공단 800만평, 배후도시
1,200만평에 남측 36개 업체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 3만명에 남측 근로자 700명, 2?3차 건설예정까지 차분히 설명하면서 개성 공단 내에
보이는 많은 버스들은 북측 공단근로자의 출?퇴근을 보장한다는 설명을 곁들이면서 통일의 기대를 내비치는 북측 안내원 해설의 태도에는 적대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이 편해보였다.
개성시내로 가는 도중 북측 안내원이 마이크를 잡고, 못하는 노래이지만 제가 노래 한자리 불러들이겠습니다. 노래제목 “고향의 봄” 나에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우리 일행은 손뼉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함께 따라했고, 버스안의 열기도 가득했다. 이어서 앵콜을 요청했더니 “찔레꽃”
노래를 이절까지 구수하게 하자 우리도 함께 따라 부르면서 역시 우리는 하나의 민족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개성 시내가 보이기 시작했고, 큰 도로는 포장되어 있었지만 이면도로는 흙길, 자갈길 그대로이다. 비가 오면 빗물에 패이고 물길이 생긴
울퉁불퉁한 길이다. 남한의 60,70년대 모습이다. 그곳에 길거리에 지나가는 주민들은 윤기 없는 얼굴에 힘없이 보이는 초췌한 모습으로 우리
일행을 쳐다보기도 했다. 용기를 내어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니 답례로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한다. 4, 5층 정도 되는 허름한
아파트(지은 후 한번도 보수공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 모습이 곧 무너져 내릴듯했다.)에서도 아이들과 아낙들이 창문에 기대서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면서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