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망가뜨리는 노랫말』

대중가요 노랫말을 보면 엉터리가 종종 있다. 찔레꽃은 흰색밖에 없는데도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이라고 하질 않나, 소양강 갈대밭에서 산새인 두견새가 슬피 울지를 않나, 하여간 말이 되지 않는 노랫말이 많다. 그래도 이런 건 좀 어려우니까 봐줄 수 있다고 친다지만, 기본적인 문법마저 틀린 노랫말도 만만치 않게 많다. 나훈아의 <녹슬은 기찻길>은 이렇다.

휴전선 달빛 아래 녹슬은 기찻길/어이해서 피빛인가 말 좀 하렴아/전해 다오 전해 다오 고향 잃은 서러움을/녹슬은 기찻길아….

'녹슬다'는 'ㄹ불규칙 용언'이다. 'ㄹ불규칙 용언'은 관형사형 어미 '은' 대신 'ㄴ'을 취한다. 그리고 'ㄹ불규칙'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때 받침 'ㄹ'이 탈락한다. 그러니 '이를 악물은'이 아니라 '이를 악문'으로 쓰듯이 '녹슬은'이 아니라 '녹슨'으로 써야 한다. 마찬가지로 '낯설은(타향)'이 아니라 '낯선'이고, '부풀은(가슴)'이 아니라 '부푼'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중가요 작사가 못지않게 우리말을 망가뜨리는 쪽이 영화계다. 언젠가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라는 영화가 나와서 아이들이 '드라큐라'(→드라큘라)가 맞는 말인 줄 알게 하더니 얼마 뒤에 개봉된 애니메이션은 이름이 <날으는 돼지-해적 마테오>여서 우리 아이들을 많이 헷갈리게 했다.

예전에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는 광고 문구 때문에 시험에서 틀린 아이들이 있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그런 걸 보면 광고 종사자나 영화 관계자들의 책임은 절대로 가벼운 게 아니다. 지금 초등학생들의 부모 세대는 '날으는 원더우먼' 때문에 고생 많이 했는데….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