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식은 죄 』

감은사지 3층석탑이나 백제금동대향로를 보고 느끼는 감동은, 완벽함에 대한 찬탄이기도 하다. 전문적으로 옛 미술을 배우지 못했음에도 탑이나 향로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개의 세상사에서는 고수들만이 고수를 알아보기 마련이다. 폭과 깊이에서 모두 모자라는 아마추어들로서야 전문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내기는커녕 그게 어떤 수준인지 아는 것조차 힘겨울 때가 많다.

그래서 교열기자가 찬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는, 조금 변태(?)적이기까지 하지만, 거의 대부분 틀리게 쓰는 말을 아주 정확하게 쓴 신문을 볼 때이다. 대개 다른 신문사들의 교열 인력이 어느 정도 되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알기 때문에, 틀릴 만한 자리에서 틀리지 않을 때는 적(?)이지만 칭찬하고픈 마음까지 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느 신문의 「 경상대 또 세계를 놀래다 」라는 기사는 놀랍고 감탄할 만했다. 기사 내용은 경남 진주의 경상대 연구팀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잇따라 놀랄 만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는 것. 이런 자리에서는 보통 '놀라게 하다'라고 쓰는데, 이것을 줄인 말이 바로 '놀래다'이다. 흔히 '놀래키다'라고도 쓰는데, 이런 말은 없다. 실제 어느 신문은 '놀래키다'라고 써서 알 만한 사람들을 놀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이 신문은 교열기자들 사이에 웃음거리가 된다. 실수로 틀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웬만한 경우라면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용서가 되겠지만, 교열기자에게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틀린 것을 교열기자가 못 잡으면 불량제품을 소비자에게 판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혀 리콜이 되지 않는 제품을….

그 때문에 교열을 맨 처음 배울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가 바로 '무식은 죄'라는 말이다. 무식도 죄가 된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