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정시문 名流名士 545명 참여

나주지역 누정시문의 제작에 참여한 사람은 지금까지 파악된 것으로 모두 545명(박준규 전남대학교 인문대 교수 조사)이다.

이들은 대부분이 누정기문(樓亭記文)의 제작보다 누정시(樓亭詩)의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누정제영(樓亭題詠)은 의례 현존한 누정에 직접 현판(懸板)되어 있는 것이 상례(常例)이다.

때문에 누정이 퇴락(頹落)되거나 폐허(廢墟)됨에 따라 주옥(珠玉)같은 누정시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는 예도 적지 않다. 다행히 관계문헌 등에 수록된 것만이 후대에 전하게 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박준규 전남대학교 인문대 교수가 조사한 누정시 역시 현존한 누정의 것은 현판의 시문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현존하지 않은 누정의 시문은 모두 관계문헌을 통해 정리하였다. 

545명의 연대를 보면 고려 때까지 소급된다.

노안면 금안동 쌍계정(?溪亭) 제영의 제작자 중 정가신은 고려 충렬왕 때 인물이다. 동강면 백연산에 은둔하여  남강정(南江亭)과 만취당(晩翠堂)을 경영하며 누정시를 남겼던 송은당(松隱堂) 오탁진(吳卓眞), 그리고 만취당의 오탁진을 찾아서 누정시를 남겼던 야은(冶隱) 길재(吉再) 등이 시를 남겼다.

만취당제영(晩翠堂題詠), 길재 지음

爲問南歸松隱老(위문남귀송은노)     千年東海高名士(천년동해고명사)

幾歎故國幾傷新(기탄고국기상신)     萬古西山大義人(만고서산대의인)

?限生前難復會(저한생전난복회)     知應泉石得?處(만응천석득의처)

願從死後機相親(원종사후기상친)     獨抱春秋自靖身(독포춘추자정신)

조선 초에도 많은 사람들이 누정시의 제작에 참여하였는데, 그 중 박상, 박순, 나세찬, 임제, 손순, 기대승, 고경명, 백광훈, 나위소 등 수많은 명류석사(名流碩士)들이 누정제영에 참여했다.

나주 누정에 제영 작가가 많은 이유

나주지역의 누정에 제영의 작자(作者)가 많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우선 나주지역에는 한문에 능한 인물이 많았음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인사들이 특별한 누정을 건립하여 서식처(棲息處)로 삼고 시문을 즐긴 데서 누정시가 자연히 제작되고, 또 원근(遠近) 명사(名士)들과의 시적 교류에서 타지방 명사들의 누정시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다시면 죽산리에 있는 소요정(逍遙亭)은 중?명종대(中?明宗代)에 병마절도사(兵馬節度使)를 지낸 이종인(李宗仁)이 건립하여 만년(晩年)의 퇴유지소(退休之所)로 삼은 곳이다. 그는 평소에 기대승과 같은 당대의 명사들과 교분을 가졌기 때문에 소요정에는 임제, 박창수, 박상, 기대승 등의 누정시가 남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지면에 있는 쌍벽정(?碧亭)은 이담(李曇)이 건립한 정자인데, 고경명, 박세당, 임제 등의 유명명사들의 쌍벽정 제영을 제작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주의 유명명사들은 누정생활을 지적 생활의 긍지로 생각하여 누정을 건립하면 다정한 시우(詩友) 내지는 문생(門生)들이 그곳을 찾아 누정시 한 수를 짓고 정분을 두터이 하는 것을 지식인의 예의로 생각했기 때문에 누정이 많은 나주지역에 그처럼 많은 누정시가 전하게 되었다.

이밖에 누정에는 부친이나 조부 등 웃어른의 장이지처(杖履之處)를 기념하고, 그 유지를 기르고자 하여 또는 후손들이 옛 선조의 누정을 중건함으로써 세워진 경우가 있다. 이같은 누정에는 후손들의 누정시 제작이 적지 않다.

다도면 풍산리에 있는 양벽정(?碧亭)은 풍산인 홍진(洪澄)이 세웠다는 정자인데, 황폐되어 감에 후손 홍찬희 등이 1946년에 이를 중건하였다. 여기에는 안식(安植), 준희(俊憙) 등 홍징의 후손으로 15명의 근차시(謹次詩)가 전한다.

반남면 신촌리에 소재한 반남정은 정유재란 때에 나덕현(羅德顯)이 모친을 보호하여 피난하던 곳인데, 퇴락(頹落)되어 감에 나주 나씨 후손들이 1905년에 중건한 정자이다. 여기에는 나덕현의 후손으로 기한(琪漢), 도기(燾琪) 등 10명의 근차시가 전한다.

누정시는 대개 누정의 주인을 비롯하여 그 주인과 작시의 교분이 있는 시우와 문생, 그리고 누정의 주인을 기리는 후대의 지식인들과 자손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시단의 형성이 누정을 중심으로 한 경우가 많음을 볼 때 이들은 모두 나주지역의 시단 내지는 전남의 시단과 시문학의 발전을 논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명사들이다. /-다음 호에는 누정제영의 실제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