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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추천도서 - 42.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허호 옮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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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호] 승인 2008.08.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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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아입구’(脫亞入毆) 주창한 근대일본 설계자

일본 최고액지폐 1만엔권을 장식한 얼굴의 주인공. 칼을 버리고 붓을 들어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스승. 근대 일본 성공신화의 설계자. 게이오대학 설립자.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평가다.

1884년 김옥균 등이 주도한 갑신정변의 ‘배후조종자(?)’. 골수 정한론(征韓論)자. 탈아입구(脫亞入毆)론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깬 원흉. 이것이 우리가 바라본 그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러나 그가 정작 어떤 인간인지, 그가 쏟아낸, 동아시아 근대화를 ‘창조’한 위력적인 담론들의 모태라 할 그의 내면세계와 성장배경 등을 제대로 알려주는 정보를 이 땅에서 접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해방 60년이 지났지만 식민지 청산을 얘기하고 극일, 반일을 외치지만 정작 우리는 일본을 너무 모른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1834~1901)만 해도 그렇다. 그는 근대 일본을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은 그가 누구인지, 어떤 시대배경과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지, 말년에 자기 인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바로 그 자신의 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국가보다 기업, 민족보다 개인의 가치가 앞서는 21세기에 100여 년 전 일본의 ‘부국강병론’을 읽으라고 추천하기가 다소 쑥스럽지만 시사성이 크고 후쿠자와라는 개인을 통해 시대를 읽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다.

후쿠자와 유키치를 이야기 할 때면 늘 일본은 아시아를 벗어나야 한다는 ‘탈아론’(脫亞論)과 연계된 조선 침략을 떠올린다.

“우리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운명을 서구의 문명국가와 함께 하는 것이 낫다. 나쁜 친구를 소중히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들의 나쁜 평판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우리는 아예 우리 마음으로부터 아시아에 있는 우리의 나쁜 친구들을 지워버리자”이런 그의 아시아 멸시론은 사이고 다카모리와 더불어 조선을 정벌하자는 정한론(征韓論)에서 극에 달한다.

특히 후쿠자와에게 조선은 “완고, 고루, 편협, 의심 많음, 구태의연, 겁 많고 게으름, 잔혹하고 염치없음, 거만, 비굴, 참혹, 잔인”하고 “일본과 청 사이에 끼인 조선은 득의양양하게 마음껏 욕구를 채우고도 지칠 줄 모르고 지나(支那·중국) 남자에게 아양을 떠는 성적으로 방종한 여자”이므로 하루빨리 청국으로부터 해방시켜, 일본의 속국으로 삼아 ‘개화’해야 할 대상이었다.

탈아(脫亞)를 위해서는 “중국과 조선을 접수해야 한다”고 부르짖은 후쿠자와에게 분노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사자후 같은 이런 촉구는 결국 그의 죽음과 함께 현실이 되었기에 후쿠자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고울 수만은 없다. 하지만 후쿠자와 유키치가 왜 이런 주장을 해야만 했는지, 그 시대 일본으로 한번쯤 들어갈 볼 필요는 있다.

이 책은 후쿠자와가 죽기 4년 전에 쓴 자전 전기다. 책에는 19세기 일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봉건 말기부터 메이지유신까지, 이른바 일본의 근대화를 엿볼 수 있다. 문호개방과 양이(洋夷, 서양배척)의 갈등도 생생하다.

노도처럼 밀려드는 서구열강의 위협에 조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 한 지식인이 변변한 스승도 없이 그 언어와 문물을 거의 독학으로 습득하는 한편, 그렇게 체득한 지식을 ‘일본화’하고자 얼마나 몸부림을 쳐야 했는지를 엿보는 데는 이 자서전이 충분할 것이다. 

양이론과 국수주의가 팽배하던 시절 칼을 버리고 서양을 공부해 일본도 하루빨리 문명개화를 해야 한다는 후쿠자와의 선각자적 행적, 그리고 관직을 사양하고 재야에서 후진양성과 집필에만 전념한 덕목이 그를 일본 근대화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게 했다고 한다.

후쿠자와가 유능하고 ‘양심적’이며 뛰어난 일본 애국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웃나라들에겐 불행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는 모순이 근현대 동아시아의 비극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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