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년’ 황석영의 청춘기록, 자전적 성장소설

황석영씨가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을 내놓았다. 책을 펴면 첫 장에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란 헌사와 마주친다.

어머니의 한숨을 통해 그는 치열했던 청춘을 회상하고, 어머니의 이름으로 성장소설의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했던 이 작품은 주인공 유준의 고교 1학년 시절부터 군에 입대한 스물 한 살 무렵까지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자퇴와 그 이후의 무전여행, 출가, 그리고 떠돌이 노동자를 좇아 노동과 방랑으로 보낸 한 시절 등 유준의 행로는 작가 황석영 자신의 그것과 대부분 겹친다.

▲ 《개밥바라기별》황석영(지은이)

황석영은 “개인적이고 내밀한 부분은 부끄러워서 감추고 싶었는데, 소설을 쓰는 동안 과거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 내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작가가 된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석영의 이 책은 이미 출간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6개월 가까이 연재되는 동안 황석영은 거의 매일 연재 블로그에서 독자들과 부대끼고 놀며 때론 정담을, 때론 치열한 토론을 해 왔다.

특히 《개밥바라기별》은 인터넷 매체는 가벼워서 본격문학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그동안의 통념을 깨뜨린 작품으로서 문단에서도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황석영이 개밥바라기별을 불로그에 연재하는 동안 무려 180만여 명이 그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올 2월 연재를 시작해 장장 5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작가는 매일매일 글을 올렸다.

그리고 이번에 연재된 글을 엮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중진작가가 인터넷에 먼저 작품을 쓰고, 이를 다시 책으로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개밥바라기별은 황석영이 작정하고 쓴 자전적 성장소설로서, 주인공 ‘준’이가 겪는 길고 긴 방황은 실제 작가 자신의 청춘의 기록이기도 하다.

일용직 노동자와 선원으로서의 생활, 입산, 베트남전 참전에 이르는 등의 상처를 헤집어 그 시절과 다시 대면하는 작가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크고 작은 상처들을 돌아보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한다. 이렇듯 《개밥바라기별》은 바로 작가 자신의 그 상처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또 상처받는 시기가 있다. 황석영은 그 시절의 아픈 기억들을 꺼내 보임으로써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작가 자신이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돌고 돌아 청춘의 한 시절로 왔다. 고교를 자퇴한 뒤 베트남전에 차출되기까지 황석영의 소년시절이 드디어 소설의 옷을 입게 되었다. 엘리트 인생의 궤도에서 이탈해 황량한 거리를 떠돌며 낯선 세상의 온갖 풍속과 사람들을 껴안고자 애쓰는 이 소년은 그의 문학의 원형이다.

이 원형에 이르러 황석영은 비로소 자기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어머니를 불러낸다. 아들의 원고를 불에 던져 넣어버린 어머니, 그러나 결국은 그 아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말한다.

소설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제 팔자를 다 내주는 일이라고. 그래서일까. 《개밥바라기별》은 황석영 소설 중에서도 유독 아프다. 신내림을 받는 무당을 지켜보는 마음이 이럴까. 문득 그의 문학이 이 운명의 화려한 발화라는 것을 알겠다,” -신수정(문학평론가)

제목으로 쓰인 ‘개밥바리기별’은 초저녁에 뜨는 금성을 일컫는 말로, 개가 처량하게 저녁밥을 기다릴 즈음 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성을 일컫는 별칭으로는 ‘샛별’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샛별은 하늘에 처음 뜬 금성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에서 이 이름을 알려준 인물은 유준이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붙들려 간 유치장에서 만난 떠돌이 노동자 ‘대위’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물릴 때면 개밥바라기.”(270쪽) 그러니까, 쏠리고 물리더라도 본질에서는 ‘개밥바라기별’ 곧 샛별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의식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