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다산>

소설가 한승원이 신작 역사소설 《다산》(1,2권)을 내놨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대문장가인 다산 정약용(1762～1896)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그동안 다산의 제자 초의 선사를 다룬 ‘초의’(2003)와 다산의 둘째형 정약전을 그린 ‘흑산도 가는 길’(2005), 다산의 후학 김정희를 다룬 ‘추사’(2007) 등을 잇달아 발표한 한씨가 마침내 다산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어쩌면 ‘초의’, ‘흑산도 가는 길’, ‘추사’는 이번에 출간한 《다산》을 위한 전주곡에 불과했던 셈이다.

소설은 ‘두 가지 약을 섞어 마신 정약용’이라는 첫 장면에 이어 다산이 결혼 60주년 회혼일(回婚日)에 친척과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 정조 임금의 승하 후 1801년 서용보의 간언으로 다산이 형제들과 잡혀 들어가는 장면, 다시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길을 걷던 때를 앞뒤로 직조(織造)해서 펼쳐 보인다.

여기에 다산의 행적과 함께 강직하고 청렴한 선비로서의 모습, 그의 철학과 사상, 인간적인 면모 등을 오버랩 시킨다.

소설 다산은 픽션이지만, 비교적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다. 지명, 인명, 연도에 사실과 차이가 없으면서도 쉽고 편안하게 다산의 삶과 불타는 애국심과 인간사랑을 이해하도록 해 준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논문이나 학술서적과는 다르게 처한 시대, 신선한 유배생활, 절대 고독 속의 참담한 역경을 이기고 사상과 학문의 대업을 이룩하는 그의 인간적 면모 등을 쉽게 알게 해 주고 있다.

200권의 문헌과 고증자료를 참고할 만큼 역사적 고증 하에 집필했다는, 700여 쪽에 달하는 이 장편은 해배돼 고향에 돌아온 다산의 회혼식에서 시작해 같은 장면으로 끝을 맺는 수미상관(글의 처음과 마지막에 같은 내용의 구절을 반복해 표현하는 기법)구조를 이루고 있다.

다산의 전성기를 그린 1권에서는 계몽군주의 지지와 정적들의 공세 아래 새로운 사상을 펼치고자 했던 다산의 행적이 진지하게 펼쳐지고, 유배생활을 그린 2권에선 불교·유교·서학을 아우르며 독창적인 사유 체계를 구축해 가는 다산의 지적 행보가 핍진(乏盡)하게 그려져 그의 인생 후반부가 결코 몰락의 세월이 아니었음을 방증(傍證) 한다.

“10여년 전 다산 공부를 시작하면서 소설로 한번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 한승원.

그는 “다산은 18년 간 전남 강진에 유배돼 갇혀 살면서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500권이 넘는 책을 쓰면서 철저히 자기 삶을 승화시킨 분이었다”며 작가 또한 스스로 ‘유폐의 삶’을 택했고 했다.

“나를 가두면 뭔가 큰 일을 이루지 않을까 싶어 13년 전 서울을 떠나 전남 장흥으로 내려와 토굴을 짓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그 결과물이 바로 《다산》이라고 했다.

작가는 “나그네새처럼 서울살이하던 나를 전라도 장흥 바닷가의 토굴로 내려와서 가두어놓고 기르면서 선생의 사업을 흠모하고 본받으며 살아온 지 올해로 13년 째”라고 밝히면서  “다산의 사상과 철학을 옷감을 재단하는 가위에 비유한다면, 주자학이라는 한쪽 날 위에 천주학이라는 다른 한쪽 날을 가세질로 포개고 그 한가운데 사북으로 박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많은 준봉들을 푸른 하늘 속에 깊이 묻고 있는 보랏빛의 영검하고 웅대한 산이 다산”이라면서 “다산과 사귄 후 술병이 들어 요절한 혜장 스님은 그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고 다산과 더불어 속이 더 깊어진 초의 스님은 산을 잘 탄 사람인데 나는 다산을 잘 타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덧붙혔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추천의 글에서 “초의, 추사에 이은 한승원의 역작이 탄생했다. 대체로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소설의 형태로 묘사된 이 작품은 넘어져도 다시, 또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같은 다산의 일생, 고난 극복과정이 매우 핍진하게 쓰여졌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다산에게 언제나 따라다니는 천주교 신자냐 아니냐라는 문제가 마침내 이 소설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신앙으로 믿었던 정약종과 학문으로만 받아들였던 다산의 입장이 이 책에서 분명하게 밝혀졌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권한다.”라고 했다.